SK는 5번의 업셋 역사를 따라갈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8-11-04 09:54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연장 접전끝에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국시리즈에 대해 이미 두산 베어스가 우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있다. SK 와이번스가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나 치르고 올라온데다 두산이 정규시즌에서 워낙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기에 두산이 쉽게 우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도 역사상 플레이오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한 경우는 분명 있었기에 SK에겐 희망이 있다고 봐야한다. 지금과 같은 계단식으로 치러진 포스트시즌에서 플레이오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우는 31번 중 5번이었다. 확률상 16.1%.

예전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사이에 휴식기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플레이오프 승리팀이 체력을 보충할 시간이 있었다. 1987년 해태 타이거즈는 OB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렀지만 무려 8일간의 긴 휴식기 동안 다시 체력을 비축했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989년에도 그랬다.해태는 태평양 돌핀스를 3연승으로 꺾은 뒤 8일 휴식 후 빙그레 이글스에 4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응용 감독은 훗날 "예전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사이에 휴식기간이 길었다. 굳이 1등을 하지 않아도 우승할 수 있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1992년 롯데 자이언츠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첫 사례를 남겼다. 당시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2연승으로 꺾은 롯데는 해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끝에 승리해 빙그레와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당시 플레이오프 5차전과 한국시리즈 1차전 사이는 3일. 3일의 휴식을 한 롯데는 1차전을 잡으면서 분위기를 잡았고, 빠르게 4승1패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9년뒤인 2001년 두산베어스가 다시 한번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만들었다. 당시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현대 유니콘스를 3승1패로 눌러 사흘간의 휴식을 얻었다.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1차전서 패한 두산은 분명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다음날 비가 내려 2차전이 하루 연기되면서 반전을 맞았다. 비가 삼성의 상승세를 눌렀고, 두산에게 희망을 줬다. 2차전을 잡아낸 두산은 더욱 여유를 찾게 됐다. 이후 3차전부터 7차전까지는 두산의 홈인 잠실에서 열리기 때문. 당시 한국시리즈는 1,2차전은 1위팀 홈, 3,4차전은 플레이오프 승리팀 홈에서 열리고 5∼7차전은 잠실구장에서 열리게 돼 있었다. 그래서 3차전부터 두산의 홈인 잠실에서 계속 열리게 된 것. 잠실에서 3,4차전을 이긴 두산은 하루 더 휴식을 한 뒤 5차전에서 패했지만 6차전을 승리하며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2015년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마운드에 모여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2015년은 정규시즌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의 전력 약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3명이 해외원정도박 의혹으로 인해 출전하지 않게 되면서 삼성이 마운드가 약해졌다. 이로인해 삼성 선수단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많은 기간 쉬면서 훈련을 했지만 하나로 모이지 않고 어수선하기만 했다. 두산이 준PO와 PO를 거치며 9경기나 치르고 올라왔지만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 등 좋은 선발진을 내세우며 전력과 사기가 떨어진 삼성을 오히려 1위팀 처럼 잡아냈다.

SK는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역대급으로 남을 명승부를 펼치며 승리해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이전 5번의 사례처럼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남북교류 특별페이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