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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가을 야구는 닷새만에 끝났다. 지난 23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대5로 패한 뒤 한화 선수단은 3루 응원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한동안 팬들은 응원석을 떠나지 않고 응원가를 불렀다. 1루측 넥센 응원석 못지 않았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의미.
새로운 변화 계기, 가능성만 봐도 좋겠다 싶은 시즌. 하지만 5월부터 진격은 시작됐고, 시즌 막판까지 3위에 위치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1만3000석의 대전구장은 역대 첫 70만관중을 돌파했다.
가을야구를 두고 '보너스'라며 부담감을 지우려 했지만 직장인도 나올 보너스가 안 나오면 속이 상한다. 아쉬웠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한용덕 감독의 투수교체 지적도 나왔다. 투수진이 소진된 내부 상황이 있었겠지만 박주홍 교체 타이밍, 정우람을 투입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화에게 다가온 11년만의 가을야구는 낯설었다. 마찬가지로 한용덕 감독 역시 사령탑으로선 첫 가을이었던 셈이다.
방망이는 시즌 내내 고질. 마운드가 워낙 좋아져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을 수도 있지만 제라드 호잉과 이성열을 제외하면 올겨울 연봉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타자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장종훈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는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던 한시즌이었다. 그때마다 한용덕 감독은 "방망이 보다는 수비 위주로 라인업을 짰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한화와 한용덕 감독이 추구했던 노선은 결과적으로는 맞았다. 수비와 마운드를 탄탄히 하지 않았으면 11년만에 가을 야구는 물거품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한단계 올라서려면 약점 보완이 필요하다. 야수쪽은 신진급에서도 싹수가 보이는 선수가 없어 고민이 크다.
필요할 때 희생번트조차 제대로 대지 못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벤치로선 큰 부담이었다. 단기전 뿐만 아니라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론 쥐어짜는 능력도 필요하다. 한 감독은 "부족한 부분을 점검해 내년에는 더 높은 곳에서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