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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는 원했던대로 '감독 염경엽'을 품게 되는 것인가.
염경엽 단장은 감독이 아닌 단장이다. 힐만 감독과 함께 2년째 SK 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곧바로 SK 감독이 아닌 단장이 됐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성공적인 감독 커리어를 이어가던 인물이었기에, 굳이 감독이 아닌 단장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염 전 감독도 늘 현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것에 대한 열망과 자부심을 표출했었다.
당시 SK가 염 전 감독을 처음부터 단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건 아니다. 김용희 감독과의 재계약을 내부적으로 포기하고, 새 감독 후보군으로 추려 접근을 했었다. 그 얘기가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퍼져나가 버렸다. 염 감독은 당시 SK 감독 부임설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고 펄쩍 뛰었지만, 그 소문 때문에 감독 계약이 틀어졌다는 건 야구계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SK는 그 사이 외국인 감독인 힐만 감독 선임을 마쳤다. 염 단장도 외국인 감독이 있다고 한다면 굳이 마다할 자리가 아니었다. 직전 시즌까지 감독직을 수행했기에, 국내 선후배 야구인이 감독을 했다면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울 수 있었다. 염 감독은 자신의 야구 철학에 대한 자존심이 센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프런트와 현장 사이 충돌이 금기시 된다. 실제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힐만 감독과 염 단장의 의견 충돌은 자주 있었다. 아쉽게 패하는 경기들이 나오거나, 힐만 감독의 팀 운영에 불만이 생기면 직접 관여를 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인 힐만 감독도 쉽게 고집을 꺾는 인물이 아니었다.
염 단장도 언제까지 현장 복귀를 늦출 수 없는 시점. 더군다나 올시즌 후 많은 감독 교체가 예고돼있는 상황에 SK는 힐만 감독이 성과를 내자 재계약 제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소 3년 계약을 하면 염 단장이 SK와 계약을 맺은 3년 기간도 끝나고, 만약 다른팀에서 감독 제의가 온다고 했을 때 막을 명분이 없다. 지금까지 물밑으로 많은 제의를 받았던 염 단장이었다. 그런 가운데 힐만 감독이 가족의 건강 때문에 스스로 한국을 떠나는 상황을 만들었다. SK 입장에서는 단장을 감독으로 내리는 어려운 작업을 비교적 쉽게 마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 됐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팀을 하루 빨리 추스를 수 있는 인물은 염 단장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치면 된다.
물론, 일찍부터 차기 감독으로 데려오려다 실패했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게 두렵다면 감독 선임을 주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계에선 이미 염 단장이 감독이 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연 SK는 어떤 선택을 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