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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힐만 떠나는 SK, 원했던 '감독 염경엽' 품게 되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0-14 07:10


2018 KBO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SK 힐만 감독, 류준열 사장, 염경엽 단장이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13/

SK 와이번스는 원했던대로 '감독 염경엽'을 품게 되는 것인가.

SK팬들은 13일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깜짝 놀랄 소식을 들어야했다. 2시즌 동안 팀을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이 재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시즌 5위에 이어 올시즌 2위를 확정지으며 어느정도 힐만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이 높아지던 가운데, SK는 급하게 다른 감독 카드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SK 입장에서는 힐만 감독의 자진 사임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도 있다. 염경엽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염경엽 단장은 감독이 아닌 단장이다. 힐만 감독과 함께 2년째 SK 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곧바로 SK 감독이 아닌 단장이 됐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성공적인 감독 커리어를 이어가던 인물이었기에, 굳이 감독이 아닌 단장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염 전 감독도 늘 현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것에 대한 열망과 자부심을 표출했었다.

당시 SK가 염 전 감독을 처음부터 단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건 아니다. 김용희 감독과의 재계약을 내부적으로 포기하고, 새 감독 후보군으로 추려 접근을 했었다. 그 얘기가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퍼져나가 버렸다. 염 감독은 당시 SK 감독 부임설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고 펄쩍 뛰었지만, 그 소문 때문에 감독 계약이 틀어졌다는 건 야구계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왜 감독직이 틀어진 상황에서 단장이었을까. SK는 염경엽이라는 사람을 자신들 편에 두고 싶은 마음에서 단장직을 제안을 했다. 당시 박종훈, 송구홍 등 야구인 출신 인물들이 단장 역할을 하던 시기라 위화감도 없었다. SK 입장에서는 이런 방법이 아니면, 유능함을 인정받은 염 감독이 다른 팀 감독으로 갈까 걱정을 해야할 처지였다.

SK는 그 사이 외국인 감독인 힐만 감독 선임을 마쳤다. 염 단장도 외국인 감독이 있다고 한다면 굳이 마다할 자리가 아니었다. 직전 시즌까지 감독직을 수행했기에, 국내 선후배 야구인이 감독을 했다면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울 수 있었다. 염 감독은 자신의 야구 철학에 대한 자존심이 센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프런트와 현장 사이 충돌이 금기시 된다. 실제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힐만 감독과 염 단장의 의견 충돌은 자주 있었다. 아쉽게 패하는 경기들이 나오거나, 힐만 감독의 팀 운영에 불만이 생기면 직접 관여를 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인 힐만 감독도 쉽게 고집을 꺾는 인물이 아니었다.

염 단장도 언제까지 현장 복귀를 늦출 수 없는 시점. 더군다나 올시즌 후 많은 감독 교체가 예고돼있는 상황에 SK는 힐만 감독이 성과를 내자 재계약 제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소 3년 계약을 하면 염 단장이 SK와 계약을 맺은 3년 기간도 끝나고, 만약 다른팀에서 감독 제의가 온다고 했을 때 막을 명분이 없다. 지금까지 물밑으로 많은 제의를 받았던 염 단장이었다. 그런 가운데 힐만 감독이 가족의 건강 때문에 스스로 한국을 떠나는 상황을 만들었다. SK 입장에서는 단장을 감독으로 내리는 어려운 작업을 비교적 쉽게 마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 됐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팀을 하루 빨리 추스를 수 있는 인물은 염 단장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치면 된다.


물론, 일찍부터 차기 감독으로 데려오려다 실패했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게 두렵다면 감독 선임을 주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계에선 이미 염 단장이 감독이 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연 SK는 어떤 선택을 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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