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정상 궤도 김광현, '에이스 위용' 되찾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9-27 11:39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9.26/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은 지난해 1월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손상된 인대를 보강하는 수술로 1970년대 메이저리그 투수 토미 존(Tommy John)이 처음 받았다고 해서 '토미 존 서저리'로 불린다. 당시만 해도 팔꿈치에 칼을 댄 투수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토미 존은 수술 후 오히려 더 좋은 투구를 하며 집도의 프랭크 조브 박사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토미 존이 통산 기록한 288승 가운데 32세에 이 수술을 받고 난 뒤 추가한 승리는 절반이 훨씬 넘은 164승이다.

토미 존 서저리의 재활 기간은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다. 김광현은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재활을 진행했고, 계획대로 올시즌 시작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SK는 김광현을 온전하게 다룰 순 없었다. 그에게 관리 방침을 가했다. 일정한 투구수, 투구이닝을 넘기면 그만 던지게 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두루 거치며 선수 관리에 관해 일가견을 쌓은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를 주도했다.

5인 로테이션을 지키되 일정한 시점이 되면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김광현은 지난 4월 28일과 6월 13일 두 차례 1군 명단에서 빠졌다. SK 구단의 김광현 관리 정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23경기에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했다. 관리의 핵심은 투구이닝이 아니라 투구수라는 것이 구단과 힐만 감독의 설명인데, 이닝과 이닝 사이의 시간까지 감안하면 사실 투구이닝이 기준이 되는 것이 맞다. 어쨌든 김광현은 온전한 상태로 시즌 막바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26일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안타 2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2-2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올시즌 들어 가장 많은 투구수와 탈삼진을 기록했다. 105개의 공을 던져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를 두고 김광현이 이제는 구단의 관리 방침에서 좀더 자유로워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후 김광현은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갔고, 평균 투구수는 96개였다. 투구수는 시즌 평균 87개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즉, 이제 김광현은 다른 에이스급 투수들처럼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만큼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주목할 것은 수술 후유증이 전혀 없고, 등판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김광현은 "최다 투구수와 탈삼진 기록 모두 개인적인 의미가 있지만, 팀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은 의미가 더욱 크다"고 했다.

SK는 이날 LG를 5대2로 물리치며 2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3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는 2.5게임으로 SK는 남은 경기서 5할 승률만 유지해도 자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광현의 쓰임새가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김광현은 앞으로 3차례 정도 더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2위를 확정한 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SK 선발진의 상황을 보면 김광현을 쓰지 않을 없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포스트시즌서도 김광현은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와 함께 원투 펀치로 활약해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둔 로테이션이 시즌 막판에 이루어질 것을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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