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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베이스볼] 막판 MVP 경쟁, 세밀한 분석-평가의 승자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9-20 11:57


보스턴 레드삭스 외야수 무키 베츠는 올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 13일(한국시각) 베츠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전 승리 직후 행렬의 맨앞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보스턴(미국 매사추세츠주)=AP연합뉴스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이 이달초 해설가, 기자 등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ESPN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승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팀, 양리그 MVP와 사이영상, 신인상 등 총 10개 부문에 관한 질문을 던졌는데, 흥미를 그는 것은 MVP 후보들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 무키 베츠, 내셔널리그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맷 카펜터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베츠는 14명, 카펜터는 8명으로부터 각각 MVP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MVP는 글자 그대로 '가장 가치있는 선수'를 뜻하며, 그 가치는 팀 승리에 얼마나 공헌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19일 현재 베츠는 아메리칸리그에서 타율(0.337) 1위, 득점(118개)과 출루율(0.431) 2위, 장타율(0.619) 3위를 각각 달리고 있다. 2000년 이후 각광받고 있는 WAR(대체선수대비승수)에서는 10.0으로 리그 1위다. 성적 자체가 MVP 후보로 손색없음을 알려준다. 팀동료인 J. D. 마르티네스(타율 2위, 홈런 2위, 타점 1위)가 타격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노릴 정도로 막강한 수치를 쌓았지만, 전문가들은 3표 밖에 주지 않았다. 베츠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데이빗 쇼엔필드 기자의 설명은 이렇다. '마르티네스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면 2012년 미구엘 카브레라처럼 MVP를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투표 기자들의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모든 분야(all-around)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치는 베츠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또한 소속팀 보스턴은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MVP 경쟁서 중요한 평가 항목은 물론 개인 타이틀 획득 여부다. 내셔널리그 유력한 MVP 후보인 카펜터는 타율 2할6푼3리, 35홈런, 77타점, 104득점, WAR 4.9를 기록중인데, 홈런 1위, 득점 2위가 눈에 띈다. 그러나 카펜터의 경우 7~8월 2개월간 20홈런, 37타점을 올리며 리그 중위권에 있던 세인트루이스를 포스트시즌 경쟁팀으로 올려 놓았다는 사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7월 31일 55승53패로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작았지만, 8월 한달간 22승6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리그 와일드카드 순위 2위로 점프했다. ESPN의 설문조사가 이뤄진 이후 카펜터는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MVP 후보로 꼽히는 것은 사실이다. 설문조사 당시 4표를 얻었던 시카고 컵스 하비에르 바에즈가 현재는 압도적인 모습이다. 107타점으로 이 부문 리그 1위인 바에즈는 올시즌 주력 타자들이 부상 또는 부진으로 주춤하는 사이 탁월한 타격과 수비력으로 컵스를 지구 선두 행보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샘 밀러 기자는 '올시즌 컵스는 무사안일에 빠질 수 있었는데, 바에즈가 소방수처럼 활약했다'고 극찬했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지난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6회초 우전안타를 날리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전문가들로부터 선택받은 무키, 마르티네스, 카펜터, 바에즈 모두 팀 공헌도가 뚜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팀 공헌도에 비춰본 KBO리그 MVP 경쟁은 어떨까.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부터 메이저리그의 사이영상처럼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이 따로 없어 MVP 경쟁은 투수와 타자들간 치열한 양상을 띠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투수보다는 타자들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MVP 후보로 두산 베어스 김재환,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LG 트윈스 김현수 등이 꼽힌다.

19일 현재 김재환은 홈런(42개)과 타점(121개), 최다안타(165개) 1위, 박병호는 출루율(0.455)과 장타율(0.725) 1위, 김현수는 타율(0.362) 1위를 달리고 있다. 각자 수상이 유력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타이틀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의 존재감과 팀 공헌도다. WAR을 보면 김재환이 9.18로 1위, 김현수가 6.50으로 2위, 박병호가 6.47로 3위다. 이들의 WAR을 팀 성적과 관련해 해석하면 '가치'가 뚜렷함을 알 수 있다. 간판 김재환을 앞세운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적이고, 넥센도 박병호의 후반기 활약에 힘입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난한 상태다. LG는 올해 김현수의 가세로 타선의 색깔이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졌다. 다만 이달 초 발목 부상을 입고 재활중인 김현수는 자신의 부상과 함께 팀도 5위 싸움도 버거운 상황에 몰려 MVP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오히려 LG에서는 타점(107개) 2위를 달리고 있는 채은성에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채은성처럼 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은 작지만 영양가 만점의 활약으로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로 두산 포수 양의지,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 KIA 타이거즈 안치홍,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과 한동민 등이 꼽힌다. 투수 부문서는 평균자책점 1위 두산 조쉬 린드블럼(2.93), 다승 1위 두산 세스 후랭코프(18승), 세이브 1위 한화 정우람(33세이브) 등이 거론되지만, 타자들과 비교해 존재감은 약해 보인다.

KBO도 이제는 단순히 타이틀 개수만 보고 MVP를 뽑는 시대는 지났다. 좀더 세밀한 분석과 객관적 평가가 따라야 한다. 타이틀 자체의 의미를 폄하할 수는 없지만, 팀 성적과 관련한 선수의 공헌도 역시 꼼꼼히 따져야 한다. MVP와 신인왕은 정규시즌 종료 직후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며,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시상식에서 그 결과가 발표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지난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7회말 중월 3점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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