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사무국 "투수들, '커닝 페이퍼' 봐도 좋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9-03 13:34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투구 도중 커닝 시트를 꺼내봐도 된다는 메이저리그사무국의 공식 판단을 받았다. 필라델피아의 제이크 아리에타가 지난달 30일(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힘차게 투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MBL) 사무국이 투수들의 '커닝 시트' 사용을 허용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AP는 3일(이하 한국시각) 'MLB 사무국이 각 구단에 투수들이 경기 도중 스카우팅 카드, 일종의 커닝 시트(cheat sheet)를 사용해도 좋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는 전날 경기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 투수 오스틴 데이비스가 해당 쪽지를 꺼내보다 압수당하면서 나온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필라델피아 게이브 캐플러 감독은 이날 시카고 컵스전을 앞두고 "해당 쪽지는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MLB 사무국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2일 필라델피아와 컵스의 경기에서 데이비스가 투구 도중 쪽지를 꺼내 본 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나온 것이다. 데이비스는 당시 컵스전에서 1-5로 뒤진 8회초 타석에 애디슨 러셀이 들어서자 뒷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내 잠시 들여다본 뒤 다시 집어넣었다. 이를 조 웨스트 3루심이 발견해 해당 쪽지를 압수하면서 문제가 됐다. 캐플러 감독이 나와 이의를 제기하자 웨스트 3루심은 "MLB 사무국의 판단을 들어보고 카드를 돌려줄 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MLB사무국은 커닝 시트를 지니고 있다 꺼내보는 건 '경기를 지연시키지 않는 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경기 중 선수들이 커닝 시트를 참고하는 건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AP에 따르면 야수들이 적절한 수비 시프트를 위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보는 게 꽤 일반적인 장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비스처럼 투수가 마운드에서 쪽지를 꺼내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위로 비쳐지고 있다.

당시 웨스트 3루심은 '투수는 마운드에서 외부에서 가져온 어떤 물건도 소지할 수 없다'는 야구 규칙 6.02(c)(7)를 들며 데이비스의 행위가 규정 위반이라고 필라델피아측에 설명했다.

그러나 캐플러 감독과 데이비스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컵스 타자들에 대한 정보를 보기 위해 카드를 들여다본 것일 뿐이고, 올시즌 내내 그같은 행위를 해왔고 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는 "재빨리 꺼내보고 집어넣는 것인데 문제가 된다고 생각지 않았다. 타석에 누가 나오는지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해당 행위를 하는데 불과 몇 초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눈에 띈 모양이다. 심판이 봤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전력분석팀이 투수들을 위해 열심히 만들어 놓은 자료를 보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는 답이 있다면, 그게 뭔지 정말 알고 싶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데이비스는 덧붙여 "해당 카드는 내가 만든 것이다. 미팅시간에 들은 것을 적은 것"이라며 "경기 준비를 위해 정신적으로도 바쁜데 그걸 다 외울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잠시 꺼내봤을 뿐"이라고 했다.

웨스트 3루심은 "그건 밖에서 가져온 물건이다. 물론 그는 속일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유리한 걸 얻으려 했을 것이다. 그건 송진도 아니고 손톱깎기도 아니었다"면서 "그러나 사무국에서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할 때까지는 카드를 돌려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결국 MLB 사무국은 데이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캐플러 감독은 "스카우팅 카드를 경기중 보는 건 야구 자체를 위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반겼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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