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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자들만 모아서 그런 걸까?
아무리 실력차가 있더라도 선수가 컨디션에 따라 잘할 수도, 부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110km를 겨우 넘기는 구속의 공에 쩔쩔 매는 모습에 팬들은 극도의 허무함을 느끼는 중이다. 대만전 사이드암 선발 우성펑의 직구 구속은 140km에도 미치지 못했다. 홍콩 선발 좌완 영쿤힌은 110km를 갓 넘기는 '아리랑볼' 수준의 공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한국 타자들은 풀스윙을 하기에 바빴다. 공이 느리니 반발력도 떨어지고, 또 한 박자 기다렸다 스윙을 하니 100% 힘을 싣지 못했다. 그럼에도 타자들의 스윙은 바뀌지 않았고, 펜스 앞에서 공이 잡히면 '왜 안넘어가나'라는 듯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대신 이정후(넥센) 안치홍(KIA 타이거즈) 등 교타자들의 활약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황재균(KT 위즈)도 마찬가지. 컨택트에 신경을 쓰니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다. 느린 공에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고 가볍게 치는 타격이었다. 홈런을 친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쉽게 홈런을 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욕심을 버리고 팀 배팅을 해야하는데 '저 만만한 투수를 상대로 내가 그렇게 해야하나'라는 듯 계속해서 담장을 넘기려 하는 듯한 타자들의 풀스윙은 팀 전체를 계속해서 수렁으로 몰아넣는 일일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홍콩전 마지막 9회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여기에 슈퍼라운드에서 첫판에서 만날 일본은 투수들이 140km 이상의 빠른 공을 뿌리기에 역으로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출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느린 공만 보던 투수들이 갑자기 들어오는 빠른 공에 당황하는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짧게, 욕심내지 않고 타격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대표팀은 자신들이 몇 수 앞선 최상팀이라는 자존심을 이제 버려야 한다. 어떻게든 이길 수 있게, 더욱 더 절실하게 야구를 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코칭스태프도 조금 더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라인업 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