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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포인트]홍콩전 9회 공격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29 11:00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가 열렸다. 21대 3으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8/

잠들었던 실전 감각이 이제야 비로소 눈을 뜬 것일까. 아니면 그냥 약한 투수를 상대로 만든 결과에 대한 착시효과일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야구대표팀의 현재 고민과 미래 지향점은 결국 공격력으로 귀결된다. 대만과의 예선 승부에서 1대2로 진 이유는 믿었던 타선이 상대 사이드암 선발과 좌완 계투, 마무리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후 결승에 오르려면 30일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최소 2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 대표팀 타선에 더욱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1사 만루서 한국 황재균이 좌중월 만루홈런을 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8/
그런 측면에서 지난 28일 홍콩전 9회초에 보여준 대표팀 타선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한국 타선은 8회까지는 제대로 속 시원히 터지지 않았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 역시 "중심 타자들의 부담감이 너무 큰 것 같다"며 걱정할 정도였다. 8회까지 11점을 내긴 했지만 사실 정상 전력이라면 이보다 더 일찍, 훨씬 많은 점수가 났어야 옳다.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한국 이정후가 우월 2점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8/
그렇게 기대했던 모습은 9회 마지막 공격 때 잠시나마 표출됐다. 한국 타선은 9회에만 홈런 4방을 집중하면서 총 10득점을 달성했다. 황재균(만루홈런)과 이정후(1점홈런) 이재원(2점홈런) 박병호(1점홈런) 등이 이런 화력 과시에 앞장섰다. 모든 타자들이 늘 홈런이나 적시타를 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야구는 상대 투수가 약하면 홍콩전 9회 같은 일도 프로리그 경기에서 벌어질 수 있다. 야구는 결국 상대적인 스포츠다.

그런데 선 감독의 기대처럼 홍콩전 9회 공격을 통해 비로서 간판 타자들이 '부담감'을 털어내고 제 모습을 되찾았다고 볼 수 있을까. '예'와 '아니오' 가 반반씩 가능할 것 같다. 그간 한국 타자들이 제대로 폭발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사실 '부담감' 때문이라기 보다는 실전 감각의 부재로 해석하는 편이 더 적합할 것 같다.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한국 박병호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8/
지난 16일까지 KBO리그 정규시즌 경기를 치렀던 대표팀 타자들은 18일에 소집돼 국내에서 훈련하다 23일에 자카르타로 넘어왔다. 그런데 이 소집 훈련 기간에 단 한 번도 연습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선 감독은 "정규시즌을 치르느라 선수들이 너무 지쳐있다"는 이유로 연습경기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26일에 대만과 첫 경기를 치렀다. 계산해보면, 17일부터 25일까지 9일 동안 아무런 실전도 하지 않다가 26일에 부담스러운 상대인 대만과 덜컥 만난 것이다. 타격이 폭발할 수 있는 조건이 덜 갖춰졌던 셈이다. 그러나 27일 인도네시아전, 28일 홍콩전을 치르며 서서히 이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고, 그 정점을 홍콩전 9회에 찍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홍콩전 9회 폭발력이 진짜 타격감의 회복을 뜻하는지, 그리고 모든 타자들의 각성을 의미하는 지는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 투수가 약한 공을 던지면 타자가 평균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9회에 교체 투입돼 홈런을 허용한 홍콩투수 유엔춘팡은 대만이나 일본 투수들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실력을 지녔다. 그래서 이 투수를 상대로 만든 결과물에는 어느 정도 인플레가 포함돼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한국 이재원이 좌중월 2점 홈런을 친 후 오지환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8/

그리고 홈런을 친 선수들도 이번 대회 가장 타격감이 좋은 황재균과 이정후다. 이들은 원래 이전부터 잘 치고 있었다. 또 이재원은 세컨드 포수라 또 일단은 벤치를 지켜야 한다. 그나마 4번 박병호가 홈런 손맛을 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타격감이 좋은 일부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대량 득점이라 대표팀 타선 전체의 회복이라 보기도 애매하다.

때문에 일본전 타순 결정이 매우 중요해졌다. 홍콩전에서 살아난 타자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선 감독은 예의 "코치들과 잘 상의해보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30일 일본전에는 정말 잘 상의해서 효과적인 공격형 라인업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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