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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던 실전 감각이 이제야 비로소 눈을 뜬 것일까. 아니면 그냥 약한 투수를 상대로 만든 결과에 대한 착시효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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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 감독의 기대처럼 홍콩전 9회 공격을 통해 비로서 간판 타자들이 '부담감'을 털어내고 제 모습을 되찾았다고 볼 수 있을까. '예'와 '아니오' 가 반반씩 가능할 것 같다. 그간 한국 타자들이 제대로 폭발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사실 '부담감' 때문이라기 보다는 실전 감각의 부재로 해석하는 편이 더 적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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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6일에 대만과 첫 경기를 치렀다. 계산해보면, 17일부터 25일까지 9일 동안 아무런 실전도 하지 않다가 26일에 부담스러운 상대인 대만과 덜컥 만난 것이다. 타격이 폭발할 수 있는 조건이 덜 갖춰졌던 셈이다. 그러나 27일 인도네시아전, 28일 홍콩전을 치르며 서서히 이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고, 그 정점을 홍콩전 9회에 찍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홍콩전 9회 폭발력이 진짜 타격감의 회복을 뜻하는지, 그리고 모든 타자들의 각성을 의미하는 지는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 투수가 약한 공을 던지면 타자가 평균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9회에 교체 투입돼 홈런을 허용한 홍콩투수 유엔춘팡은 대만이나 일본 투수들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실력을 지녔다. 그래서 이 투수를 상대로 만든 결과물에는 어느 정도 인플레가 포함돼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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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홈런을 친 선수들도 이번 대회 가장 타격감이 좋은 황재균과 이정후다. 이들은 원래 이전부터 잘 치고 있었다. 또 이재원은 세컨드 포수라 또 일단은 벤치를 지켜야 한다. 그나마 4번 박병호가 홈런 손맛을 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타격감이 좋은 일부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대량 득점이라 대표팀 타선 전체의 회복이라 보기도 애매하다.
때문에 일본전 타순 결정이 매우 중요해졌다. 홍콩전에서 살아난 타자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선 감독은 예의 "코치들과 잘 상의해보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30일 일본전에는 정말 잘 상의해서 효과적인 공격형 라인업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