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6일. 한국야구사에 '자카르타 참사'로 기록될 날이다. 12년 전 '도하 참사'가 재현됐다.
양현종에 맞서 한국 타선을 5이닝 동안 4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우셩펑은 대만 실업야구 합작금고은행 소속의 실업선수다. 세미 프로급 선수에게 한국의 수십억 고액 연봉 선수들은 맥없이 당했다. 이정후(1안타 1볼넷)와 안치홍(2안타) 김재환(1홈런) 정도가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1회에 결승점을 헌납했다. 선발 양현종은 2사후 3번 쟝젠밍에게 좌중간 3루타를 맞았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좌익수 김현수의 어설픈 수비가 2루타성 타구를 3루타로 둔갑시켰다. 김현수는 바운드되며 굴러오는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해 뒤로 빠트렸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였다. 이어 양현종은 대만 4번 린지아요우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맞는 순간 깜짝 놀라는 양현종의 제스추어가 마치 방심하다 제대로 허를 찔린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후 양현종은 추가 실점 없이 6회까지 버텼다. 뒤에 나온 최충연-정우람-박치국-함덕주 등도 더 이상의 점수를 내주진 않았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우셩펑에게 3회까지 단 1안타로 막혔다. 치욕이었다. 4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이 그나마 까마득히 날아가는 우월 솔로홈런으로 한국 야구의 저력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그 뒤로 다시는 이런 시원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5회말 1사 후 이정후가 우중간 2루타로 동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안치홍이 내야 땅볼, 김현수가 중견수 정면 뜬공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