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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다를 것이다."
문제는 5-2로 앞서던 8회초 발생했다. 피어밴드의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가며 힘이 빠진 것. 피어밴드는 무사 만루 대위기서 이상호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실점까지 했다. 121개의 공을 던진 피어밴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여기서 KT 김진욱 감독이 선택한 선수는 엄상백. 마무리 김재윤을 제외하고 구위로 상대타자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진 KT의 유일한 투수.
김 감독은 아마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떠올렸을 것이다. 당시 팀이 5-4로 1점 앞서던 8회말 무사 만루 위기. 그 때도 김 감독은 엄상백을 투입했다. 엄상백은 이성열, 정은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백창수를 내야 땅볼로 잡아내고 팀 승리를 지켰다.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로 앞 두 타자를 삼진 처리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엄상백은 이날 경기 전까지 1승6패4홀드2세이브의 평균자책점 6.23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중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화전, 그리고 중요했던 NC전 2번의 무사 만루 위기 탈출의 강인한 인상이 부족한 성적을 채울 수 있었다. 보통 만루 찬스서 잘 치는 타자들에게 '만루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데, 엄상백이 투수로서 새로운 '만루의 사나이' 별명을 얻을 듯 하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