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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베이스볼]거포들의 배트 무게, 경량화가 시대의 추세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8-10 06:05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은 시즌초나 지금이나 똑같은 무게의 방망이를 사용한다. 여름이라고 해서 무게를 줄일 이유는 없다고 한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한여름 무더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7일 '가을의 문턱' 입추를 지나면서 야간에는 꽤 선선한 바람도 불지만, 낮 기온은 여전히 섭씨 35도를 넘어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더위는 피로 누적과 체력 고갈을 의미한다. 여름 들어 타자들이 배트 무게를 줄이는 이유도 체력 관리와 상관이 있다. 배트 스피드가 처지는 걸 막기 위해 한여름에는 무게를 줄이는 타자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즌 시작부터 가벼운 배트를 선택해 시즌 끝까지 같은 것을 사용하는 타자들이 늘고 있다. 배트 스피드와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800g대 후반의 배트가 주종을 이룬다.

주요 홈런 타자들의 배트 무게를 살펴봤다. 홈런 선두인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은 895g짜리 배트를 쓴다. 시즌 초와 같은 무게다. 무게를 줄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도 3~4월에 쓰던 방망이를 지금도 쓴다. 무게는 880g이다. 박병호는 미국 야구 진출 이전인 2014년 52홈런을 칠 때 880g을 쓰다가 2015년에는 900g짜리 배트를 사용했다. 당시에는 타구를 좀더 강하고 멀리 보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올 시즌에는 다시 880g을 사용한다. 박병호는 후반기 들어 무서운 속도로 홈런포를 터뜨리며 지난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5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미국에서 돌아온 올시즌 880g짜리 뱌트를 휘두르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두산 베어스 김재환도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890g을 쓰고 있는데, 데뷔 시절부터 가벼운 배트를 선호했다. 여름이라고 해서 무게를 줄여야 할 만큼 무거운 배트를 원래부터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배트 스피드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KT 위즈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여름 들어 배트 무게를 줄였다. 시즌 초 920g을 쓰다가 지난달부터 890g으로 약 30g을 낮췄다고 한다. 로하스는 7월에 9홈런, 8월 들어 3홈런 날리며 이 부문 선두권 경쟁에 들어섰다.

한화 김태균은 2014년까지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시즌 도중 방망이를 바꿔가며 썼다. 시즌 초에는 1000g, 시즌 중반에는 930g으로 무게를 낮춘 뒤, 후반기 880g짜리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시즌 시작부터 880g짜리 배트를 사용했고, 지금도 배트 무게는 크게 바꾸지 않고 있다. 시즌 중간에 배트 무게를 바꾸는 게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한화 제라드 호잉도 시즌 초나 지금이나 똑같은 907g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들여다 봐도 배트 무게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타구 비거리는 배트 무게와 배트 스피드에 비례한다. 즉 무거운 방망이를 빠르게 스윙해 정확히 공을 맞히면 비거리는 늘어난다. 그러나 배트의 무게와 배트 스피드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배트가 가벼울수록 배트 스피드가 높아진다.

베이브 루스는 192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1300g이 넘는 배트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스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방망이가 무거울수록 공은 멀리 날아간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1930년대로 들어서면서 타자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1920년대 1135g이었던 배트 평균 무게가 1930년대에는 935g으로 줄었고, 1990년에는 850g까지 내려갔다. 1960~1970년대 홈런 타자 행크 애런은 1000g이 조금 넘는 방망이를 썼고, 1990년대 배리 본즈, 켄 그리피 주니어는 860~900g짜리 방망이를 사용했다.


KBO리그도 1980년대 초창기에 김봉연 이만수 김성한 등 거포들은 1000g에 가까운 방망이를 사용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는 장종훈 김성래 등 900g대 중반의 배트가 인기를 끌었고, '홈런왕' 이승엽은 56홈런을 때린 2003년 930g짜리를 썼다. 이승엽은 일본에 진출해서는 900g,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해 은퇴할 때까지도 같은 무게의 방망이를 사용했다.

시대가 흐를수록 배트가 가벼워지는 것은 '무게를 줄여 배트 스피드를 높이는 게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방망이 재료가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등 밀도가 작은 나무로 바뀌면서 가벼워진 측면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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