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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에 신경 쓸 때가 아니죠.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틀에 관한 무심함이 오히려 박병호를 타이틀 쪽으로 다가서게 만드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타이틀 욕심을 버리고, 팀 승리를 위한 배팅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정적인 찬스에서 더욱 효과적인 타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박병호의 홈런 생산력은 단연 리그 최고다. 지난 7월17일부터 재개된 리그 후반기 18경기에서 무려 11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현재 홈런 1위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이 19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친 것과 비교하면 박병호의 페이스가 얼마나 좋은 지 알 수 있다. 게다가 박병호는 같은 기간 타점 부분도 1위다. 총 23타점을 올렸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겠다"는 박병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건 여기서 확인된다. 4번 타자로서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박병호는 지금 타이틀을 위한 스윙이 아닌 승리를 위한 스윙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워낙 힘과 기술이 뛰어나다 보니 그렇게 집중해서 공을 때리면 자연스럽게 홈런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 박병호는 득점 찬스에서 '정확히 맞혀 멀리 보낸다'는 팀 배팅의 기본에 충실할 뿐이다. 그 결과 홈런이 자주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홈런왕 레이스에서 두각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제 로맥과는 불과 5개 차이다. 이 정도면 가시권이다. 하지만 여전히 박병호는 그 차이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팀 배팅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역전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박병호의 '타이틀 무관심'이야말로 홈런왕 탈환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