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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레이스의 성패,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
6월까지 잘나가던 두 팀. 한화는 2위 싸움이 더욱 힘들어 보이고, LG는 가을야구 진출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한화와 LG가 승승장구하던 6월, 한 감독 출신 야구인은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었다. 그는 "두 팀의 선수 운용을 봤을 때, 지금은 잘해도 후반기 분명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었다. 단순한 예측이 아니었다. 이 야구인은 "선수들의 면면을 봤을 때 한화와 LG의 전력이 냉정히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개막 후 초반 분위기를 잘 탄 두 팀이 신나게 야구를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좋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고 이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이상의 힘을 쓰게 된다. 예를 들어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면, 필승조 불펜 사용이 잦아지게 되고 주전 야수들을 쉬게 해주지도 못한다. 한화와 LG의 야구를 보면, 나중에 힘에 부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폭염까지 찾아와 두 팀을 더 힘들게 했다.
쉽게 비교하면, 2위로 치고 나선 SK 와이번스는 원래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팀이었다. 타선, 마운드 기본 전력 자체가 좋다. 이런 팀들은 시즌 초, 중반까지 조금 밀려도 다른 팀들의 힘이 떨어졌을 때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한화와 LG 모두 시즌 전 상위권 후보가 아니었다. 한용덕 신임 감독을 선임한 한화는 가장 강력한 꼴찌 후보로 꼽혔다. LG 역시 류중일 감독이 팀을 새롭게 지휘하게 됐다. LG 역시 포스트시즌만 진출해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던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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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한화가 LG보다 나은 건 있다. 일단 한화는 제라드 호잉이 외국인 타자로서 꾸준한 활약을 해주는 반면, LG는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부상을 달고 살아 다른 국내 주축 타자들의 부담을 더욱 크게 늘리고 있다. 한화는 포스트시즌 승부수를 위해 데이비드 헤일이라는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데려온 반면, LG는 전반기 언터쳐블 헨리 소사가 체력 저하 탓인지 구위가 뚝 떨어진 모습이다. 한화는 지친 와중에도 투수 김성훈, 외야수 이동훈, 내야수 김태연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수급해 숨통을 틔워주고 있지만, LG는 류중일 감독의 뚝심 라인업 야구에 선수들이 더욱 지쳐가는 느낌이다.
두 팀 모두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만 바라보고 있다.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휴식기까지 남은 경기에서 마찬가지로 부진해 2위 싸움, 4위 싸움에서 밀려버린다면 충분히 쉬고 난 뒤에도 먼저 달아난 팀과의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