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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어리에서 최강의 무기로, 넥센 불펜이 달라졌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08 09:10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이 SK에 4대 3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뻐하고 있는 넥센 선수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8.02/

구박만 받던 먼지투성이에서 화려한 공주로 변신한 신데렐라처럼,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팀의 상승세에 걸림돌처럼 여겨졌던 넥센 히어로즈의 불펜진이 한 순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변신했다.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가장 강대한 위력을 지닌 채 돌아온 것이다. 최근 넥센이 거둔 4연승의 큰 힘은 바로 엄청나게 안정화 된 불펜의 진화에서 뿜어져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이 이제 4위를 넘보게 됐다. 지난 7일 고척 KIA전에서 9대1로 승리하며 이제 4위 LG 트윈스에 0.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젊은 핵심 선수들이 홈런 3방을 합작해 9점이나 뽑은 게 승리 요인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날도 '신데렐라' 불펜 투수들의 안정적인 계투가 있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선발 한현희가 5회 5이전에 내려간 뒤 불펜진이 무려 4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켜줬다. 결국 여기서 후반 득점력 대폭발의 원동력이 만들어진 셈이다.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넥센 오주원.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7.29/
그런데 이날과 같은 경기 흐름이 최근 넥센에서는 낯설지 않다. 4연승을 거두는 동안 넥센 불펜은 어느 순간에든 등장해 어떤 상대든 처리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최근 4경기에서 넥센 불펜은 무려 11⅓이닝 동안 무실점을 이어오고 있다.

세부 지표는 황당할 정도로 뛰어나다. 이 4경기에서 불펜이 거둔 승리가 3승이다. 홀드와 세이브도 각각 2개씩 추가했다. 특히 이 기간 38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안타는 단 1개밖에 내주지 않았는데 이 또한 단타였다. 볼넷 4개를 허용하는 동안 삼진은 9개나 잡아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44에 피안타율도 3푼1리로 1할에도 한참 못 미친다. 마치 치트키를 쓴 게임에서 만들어낸 기록처럼 보인다.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8회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이보근.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7.29/
그러나 이건 실제상황이다. 기존의 필승조인 오주원 이보근 김상수를 필두로 이승호 김성민 등 좌완 불펜까지 살아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등판이 가능해졌다. 이런 불펜의 안정감은 팀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감독의 경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4연승 동안 넥센 장정석 감독은 2번이나 '퀵후크(3실점 이하의 선발을 6회 이전에 교체하는 것)'를 썼다. 지난 2일 인천 SK전(선발 신재영)과 7일 고척 KIA전(선발 한현희) 때다.

시즌 전체로 봤을 때 장 감독은 '퀵후크'를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워낙 선발진이 안정적인데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 8월 이전까지는 총 19번만 퀵후크를 했다. 리그 전체 7위다. 그런 장 감독이 최근 4경기에서는 2번이나 퀵후크를 했다. 불펜진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그리고 이게 모두 성공했다.

넥센 불펜진은 약 2주쯤 전 장 감독을 찾아가 "앞으로 더 막 써주십쇼"라는 말을 전달했다고 한다. 불펜진이 의기투합해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의를 다진 직후였다. 이런 결의가 시간이 갈수록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듯 하다. 이제 넥센은 더 이상 불펜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됐다. 막판 순위 경쟁의 커다란 호재임이 틀림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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