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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셋업맨 송은범(34)이 시즌이 깊어질수록 더 강력한 볼을 뿌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봄에 기세등등, 여름에는 타자들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송은범은 한여름 무더위보다 더 맹렬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무르익은 투심 패스트볼 위력 때문이다.
특히 후반기 들어 구위가 확 살아났다. 시즌 초반 '무적의 투심 패스트볼'로 리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뒤 4월 중후반 잠시 주춤했지만 무너진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채워 재빨리 반등했다.
지난 4월 29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석달 넘게 패전은 없다. 4월 월간 평균자책점은 4.80이었으나 5월 3.38, 6월 2.53, 7월은 0.73이었다. 7월 이후 최근 13경기에서는 16⅓이닝 동안 1실점, 평균자책점은 불과 0.55. 최근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투심 패스트볼의 구속 상승이다. 시속 140km대 후반을 쉽게 찍고 있다. 시즌초 새롭게 익힌 구종이 손에 완전히 익었다. 올시즌에 앞서 정민태 2군 투수코치로부터 투심 패스트볼을 배운 뒤 1군에 올라 송진우 투수코치로부터 좀더 적극적으로 이 구종을 활용할 것을 주문 받았다. 송 코치는 "포심 패스트볼(정통 직구)을 과감하게 버리자"고 했다. 투심 패스트볼은 좌우로 휘면서 살짝 가라앉는 볼끝이 '지저분한' 빠른볼이다. 대신 제구가 쉽지 않다.
상대 타자들의 눈에 투심 패스트볼이 점점 익어갈 무렵 맞아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7월 이후 구속이 점점 오르며 시즌 초반 이상의 언터처블 성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리그 최고의 땅볼 생산 능력을 갖춘 터여서 간혹 피안타가 나오지만 연타는 거의 없다.
송은범이 시즌 초반 살짝 주춤할 때도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트랙맨(투구, 타구 추적 장비) 시스템으로 체크한 결과 송은범의 제구가 상당히 일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탄착점이 가운데로 몰리지 않고 코너에 적절하게 형성됐다.
한화 관계자는 당시 기자에게 "반짝 활약이 아니다. 확 무너지지 않을 것" 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빨라진 투심 패스트볼은 완급조절용 슬라이더와 커브의 효용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