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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쳐 주겠죠. 괜찮을 겁니다."
감독으로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던 순간, 장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내색 안하지만 고민 엄청할 거에요. 스스로 이겨낼 겁니다." 그런 것이다. 박병호 정도의 커리어를 지닌 선수라면 감독이나 코치의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슬럼프를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럴 능력이 있었다. 그는 잠시 후 시작된 경기에서 후반기 첫 멀티히트를 앞세워 3타점을 쓸어담았다. 굳이 영양가를 따지자면 '150점' 정도? 7회초 결승 적시타에 이어 9회초 쐐기 투런포까지 날렸으니 모처럼 '4번 타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날이었다.
무엇보다 경기 후반 들어 두 타석 연속으로 타점을 올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정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박병호의 슬럼프가 막을 내렸다는 점이다. 사실 박병호는 전반기 막판에 생긴 왼쪽 손목통증으로 인해 나쁜 컨디션에서 후반기를 맞이했다. 후반기 첫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이후에도 손목 상태가 좋지 못해 경기 중 교체되기도 했다. 워낙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올 시즌 최악의 컨디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손목의 통증은 스윙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다른 하나는 넥센 타선에 다시 중심이 서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넥센은 중심 타선에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하위 타선이나 이정후-이택근 등 1, 2번 타자들이 득점을 만들어내곤 했다. 박병호가 극도의 슬럼프에 빠져 있었고, 마이클 초이스 또한 지나치게 자기 스윙만 고집하면서 상대 투수진에게 쉽게 공략당한 결과다. 여전히 초이스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장 감독은 2경기 연속 초이스를 선발 제외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박병호가 다시 파괴력을 회복한 건 팀 공격에 상당히 큰 힘을 보태줄 수 있다.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 못지 않게 박병호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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