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커 왜 안 던지나? 이번엔 던져라."
|
20일 밤. 창원 원정숙소에서 신재영은 김재현과 한 방에 모였다. 두 사람은 다음 날인 21일 NC전 선발 배터리로 예고된 상태. 호텔 방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이내 상대팀인 NC의 경기 분석 자료 등을 가지고 토론에 빠져 들었다. '어떻게 하면 NC 타자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을까'가 주제였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다음 날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김재현이 단순하지만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저쪽에서 슬라이더를 노리는 것 같으니까 승부는 직구로 하죠." 신재영은 "그 말이 큰 힘이 됐다. 그 덕분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홈런 두 방 이후 신재영은 7회까지 더 이상 점수를 주지 않았다.
|
신재영은 지난 6월 9일부터 25일까지 2군에 머무는 동안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이제 안되는 것에 매달리지 말자. 체인지업은 그만하자.' 투구 밸런스에 나쁜 영향만 끼치고 상대 타자들에게만 좋았던 체인지업을 봉인했다. 그리고 직구와 슬라이더에 더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조금씩 준비한 비밀 무기가 있었다. 바로 싱킹 패스트볼, 즉 싱커였다. 슬라이더 보다 스피드는 조금 더 빠르고, 변화 각은 좁다. 그러나 변화 포인트가 슬라이더 보다 더 타자 앞쪽에 있다. 그래서 범타 유도를 이끌어내기 쉽다.
사실 신재영이 싱커를 연습하기 시작한 역사는 꽤 됐다. 캐치볼을 하다가 싱커 그립으로 공을 던져봤는데 의외로 각이 좋았다. 그래서 실전 사용에 대비해 조금씩, 그러나 은밀히 준비해왔다. 이런 신재영의 싱커에 가장 주목한 사람이 바로 나이트 투수코치다. 나이트 코치는 늘 신재영에게 싱커를 실전에서도 던지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신재영은 이 공을 잘 던지지 않았다. 아직 '실전용'이라는 확신이 덜 들었기 때문이다.
|
그런 신재영에게 나이트 코치가 강력히 주문했다. "싱커 던져라."
결정적인 순간에서 나온 단호한 주문이었다. 6-2로 앞선 7회말 1사 1, 2루. 전날에도 8회말 재역전을 당한 충격이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순간이다. 만약 여기서 NC 적시타가 나오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다. 당연히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교체도 예상됐다.
그러나 나이트 코치는 신재영에게 대뜸 "왜 싱커 안 던져? 이번엔 던져봐. 점수 줘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라는 말만 남기고 벤치로 돌아갔다. 신재영은 "코치님이 걱정 말라고 하셔서 싱커를 던졌다. 그랬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권희동에게 던진 싱커는 예상대로 땅볼 타구로 변신했고, 나아가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됐다. 어쩌면 신재영보다 나이트 코치가 더 먼저 싱커의 위력을 짐작하고 있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신재영은 "기본적으로 직구-슬라이더 패턴이지만, 이렇게 가끔 양념용으로 싱커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나이트 코치가 심어준 확신이 신재영의 마음에 단단히 뿌리 내린 듯 하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미래과학 로봇 특강! 드론 날리기, 물놀이까지 '초중생 섬머 캠프' 선착순 100명!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