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올스타 추신수, '주변인'에서 가족과 함께 '중심'에 서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7-19 06:10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18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벌어진 제89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8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좌전안타를 친 뒤 후속 진 세구라의 3점홈런 때 홈을 밟은 후 뒤이어 들어온 세구라와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메이저리거들은 현역으로 뛰는 동안 꿈꾸는 최고의 무대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가을의 고전(Fall Classic)' 월드시리즈이고, 다른 하나는 '여름의 고전(Mid-summer Classic)으로 불리는 올스타전이다. 월드시리즈가 한 시즌 피땀흘려 고생한 동료들과 우승 열매를 따내기 위한 집단적 도전의 장이라면, 올스타전은 명실공히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아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개인 최고의 영광된 무대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는 지난해까지 두 무대와는 별다른 상관없는 '주변인'이었다.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월드시리즈와 올스타전에 한 번도 서본 적이 없다. 연봉 2000만달러를 받는 슈퍼스타의 자리에 올랐지만,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기와는 거리를 두고 있던 게 사실. 그러니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프 배니스터 감독이 내가 올스타전에 나간다고 말해줬는데, 농담을 하고 있던 난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고 감격스러워 할 만했다.

18일 미국 대륙의 '심장부'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제89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추신수는 가족과 함께 참가했다. 아내 하원미씨, 두 아들 무빈과 건우, 막내딸 소희와 함께 레드카펫을 걸으며 역사적인 무대를 만끽했다. 가족과 포즈를 취한 추신수는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모이는 곳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다. 내 생애 꼭 한 번은 서고 싶었던 무대"라고 했다.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빅리거로 성공시대를 열어젖힐 때까지 고난을 함께 한 아내와 자녀들 역시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18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벌어진 제89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 아내 하원미씨, 자녀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추신수는 팬투표에 의한 선발출전 선수는 아니다. 각 팀 선수들의 투표와 메이저리그사무국의 추천으로 올스타에 뽑혔다. 순전히 실력으로 올스타에 선정됐다는 의미다. 51경기 연속 출루가 결정적인 이유다. 텍사스 선수 중에서는 추신수가 유일했다. 그러나 선발출전이 아닌 이상 경기 중 언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일.

추신수가 올스타전 첫 타석에 선 것은 2-2 동점이던 8회초. 댈러스 모닝뉴스에 따르면 추신수는 7회 내셔널리그 좌완 투수 조시 헤이더(밀워키 브루어스)가 불펜에서 몸을 풀자 그의 영상을 보기 위해 클럽하우스로 뛰어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메리칸리그 A.J. 힌치 감독(휴스턴 애스트로스)은 8회초 선두 4번 지명타자 넬슨 크루즈의 대타로 추신수를 불렀다. 좌투수를 상대로 한 번 쳐보라는 뜻 같았다.

헤이더는 올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5푼7리(53타수 3안타) 밖에 안된다. 스리쿼터형의 '좌타자 킬러'다. 더구나 추신수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헤이더와의 대결을 예상한 추신수가 클럽하우스에서 영상을 보며 먼저 준비에 나선 것이다. 추신수는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한복판으로 날아드는 97마일(약 156㎞) 강속구를 가볍게 받아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터뜨렸다. 첫 출전한 올스타전 첫 타석에서 그림같은 안타를 만들어낸 것이다. 3루측 아메리칸리그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추신수는 조지 스프링거(휴스턴)의 좌전안타로 2루까지 진루한 뒤, 대타 진 세구라(시애틀)의 좌월 3점 홈런 때 홈을 밟았다.

경기에서는 역대 올스타전 최다인 10개의 홈런을 주고받는 '대포쇼' 끝에 아메리칸리그가 연장 10회 8대6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추신수에 대한 현지 평가는 칭찬일색이었다. 댈러스 모닝뉴스는 '추신수가 오래 기다린 올스타전 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고 했다. MLB.com은 '추신수가 절정의 출루 감각을 유지하며 아메리칸리그 승리에 기여했다'면서 '51경기 연속 출루 덕분에 생애 첫 올스타에 뽑혔는데, 오늘도 출루 방법을 계속 찾았고 8회 헤이더로부터 안타를 뽑아냈다'고 전했다.

이어 MLB.com은 '추신수는 한국인 야수로는 최초로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역사를 썼다. 안타를 친 것은 추신수와 내셔널스파크를 찾아온 그의 아내 및 아이들에게 가장 자랑스런 순간이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비로소 메이저리그의 '중심 선수'로 주목받은 날이었다.


추신수는 경기 후 댈러스 모닝뉴스 등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헤이더는 정말 까다로운 투수다. 그런 각도에서 공을 놓는 투수를 상대하려면 맞히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헤이더가 나왔는데 감독이 나를 내보내서 '정말, 나를 내보내는 건가'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추신수는 "이제 출루 기록은 얽매이지 않겠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고 싶다. 이게 후반기 목표"라면서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건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다. 나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꾸며 텍사스에 왔다. 텍사스 생활에 만족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지난 5월 14일 휴스턴전부터 7월 1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까지 51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며 화려한 전반기를 보낸 추신수는 21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홈경기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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