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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선발투수 변수가 양팀에 똑같이 발생했다. 웃은 쪽은 KIA였다.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 전 KIA쪽 더그아웃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오후 4시경 선발 헥터 노에시가 등판할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헥터는 전날 밤부터 장염 증세를 호소했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경기장이 아닌 병원에 있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SK 트레이 힐만 감독을 찾아가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KIA쪽으로 흘렀다. 황인준이 1회 깔끔한 삼자범퇴로 출발을 했다. 2회 점수를 내줄 뻔 했지만 로저 버나디나의 레이저 홈송구로 SK 주자 이재원이 아웃되며 실점을 막았다. 3회에도 버나디나의 호수비와 믿었던 최 정의 병살타로 SK가 점수를 만들지 못했다.
김 감독은 초반 대등한 승부를 하면, 두 번째 투수로 임기영을 투입해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황인준이 그 주춧돌을 잘 놔줬고, KIA는 계획대로 4회부터 임기영을 투입했다. SK 입장에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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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하나 예상치 못한 대변수가 발생했다. 김광현이 팔꿈치 이상을 호소하며 조기 강판된 것이다. 4회 2사까지 안타 1개만을 내주며 무실점 호투하던 김광현. 직구 최고구속 151km를 찍었고 슬라이더의 휘는 각도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4회 2사 후 김주찬을 상대하다 갑자기 더그아웃쪽으로 사인을 보냈다. 공을 던지는 왼쪽 팔꿈치를 계속 흔들었다. 이상 신호였다. 김광현은 손 혁 투수코치, 트레이너와 얘기 후 4회를 마쳤지만 이후 더 이상 공을 던지지 못했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지만, 팔꿈치에서 찌릿함을 느꼈다. 다른 선수라면 모를까,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김광현이기에 절대 안정이 최우선이었다. 안그래도 이날 투구 후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던 김광현이었다.
그렇게 김광현이 빠지자 KIA쪽은 더욱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감이 적시타로 연결됐다. 앞 두 타석에서 잠잠하던 '4할타자' 안치홍이 6회 김태훈을 상대로 1타점 결승 적시타를 때려냈다. 안치홍은 8회 윤희상으로부터 승리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포까지 쳐내며 타선에서 원맨쇼를 했다.
마운드에서는 임기영이 3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나란히 선발된 안치홍과 임기영이 약속이나 한 듯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불펜이 불안한 가운데 7회 2사 1, 2루 위기서 임기영을 구원등판해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김윤동, 선발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해낸 황인준도 수훈갑이었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