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이글스를 바꾼 레전드 삼총사 "우리도 놀라는 중이죠"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5-18 10:10


◇송진우 투수코치-한용덕 감독-장종훈 수석코치가 17일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대전구장 감독실에 모인 한화의 레전드 코칭스태프.

만년 꼴찌였던 한화 이글스가 3위다. 대전은 야구가 연일 화제다. 한화팬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순위표를 보며 행복한 시간을 만끽 중이다. 지난해 11월 스포츠조선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한용덕 한화 감독, 장종훈 수석코치, 송진우 투수코치, 이른바 '이글스 레전드 삼총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토브리그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쳐 6개월이 흘렀다. 17일 오후 대전구장 감독실에 모인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도 놀라는 중"이라고 했다.

성적 이면에 내용이 더 좋다. 팀 평균자책점 1위, 불펜 평균자책점 1위, 몰라보게 달라진 외야수비와 내야수비까지. 방망이 효율도 좋다.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의 합류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의 파이팅이 베테랑들의 투지를 깨우고 있다.

시즌은 아직 초반이지만 한화는 서서히 강팀다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 더그아웃 분위기를 바꾼 수석코치, 마운드 혁명을 만든 투수코치까지. 한화는 이글스 전성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취지로 한용덕 감독, 장종훈 수석코치, 송진우 투수코치에게 선수 시절 배번을 다시 부여했다. 레전드 지도자들은 오히려 "우리 선수들이 참 대단하다"며 후배들 칭찬에 입이 마를 정도다.

5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

한 감독은 "나부터 놀라고 있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 주전들의 부상만 최소화하면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주위 기대치가 커져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직 우리 팀 구성은 100%가 아니다. 불안한 면도 있다. 쥐어짜 승리할 때도 많다.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해 선수들에게 체력안배를 해주지 못했다"며 "베테랑들의 부상이 아무래도 제일 무섭다. 대체자원이 부족하다. 부상방지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 코치는 "호잉이 약간 지친 것 같다. 굉장히 열심히 하는 친구다. 힘들 법도 하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전벽해 마운드

한화 불펜은 전원이 필승조다. 구윈 1위인 마무리 정우람(1승16세이브, 0.96)부터, 셋업맨 안영명(2승6홀드, 2.39) 송은범(3승3패3홀드, 2.86) 박상원(1승1패4홀드, 1.80), 서 균(7홀드, 0.00) 장민재(2승1패, 2.70) 이태양(1승, 4.15)까지 모든 선수들이 잘 던진다. 송 코치는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쓸만한 투수가 넘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고 봤다. 중간쯤은 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감독님이 선수들, 코치들 마음을 잘 짚으시는 것 같다. 선발은 다른팀도 부족하지 않나? 5선발은 계속해서 만들어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한화의 미래?

한화의 약진을 비꼬는 이들도 많다. 잠시 반짝 하다 다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들 한다. 한 감독은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많이 떨쳐냈다. 선발만 좀더 좋아지면 힘이 더 생길 것이다. 우리는 예비전력도 있다. 해볼만한 자원들이 2군에 더 있는 상황이다. 쉽게 떨어져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아웃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한화 선수단에는 전에 없던 웃음소리가 자주 들린다. 장 코치는 "덕아웃 분위기가 좋다. 감독님이 선수들, 코치들에게 멍석을 잘 깔아주셨다. 선수도, 코치도 눈치 보지 않는다. 자기 할일만 하면 된다. 선수들도 편안한 분위기를 즐긴다"고 했다.

한 감독은 "코치님들을 잘 모신 것 같다. 장 수석은 무뚝뚝한 양반인데 어린 선수들과 농담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송 코치도 에전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자상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잘 아우른다.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해본 사람들이다. 서로 의기투합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참 든든하다. 좋은 쪽으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이 우리 선수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전승 14차례(1위), 달라진 컬러

장 코치는 "분위기가 이렇게 형성돼 있다. 지고 있으면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선수들 표정을 보면 여유가 넘친다. 집중력은 둘째 문제다. 패배 의식을 떨쳐 냈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한 감독은 "어찌보면 송 코치보다 장 코치가 서운할 수도 있다. 방망이 보다는 수비 위주로 라인업을 짜기 때문이다. 역시 수비가 돼야 한다. 주위에서 한화 방망이가 왜 이러냐는 얘기들도 하시지만 지금은 방망이 베스트가 아니라 수비 베스트로 오더를 짠다. 그래도 우리가 이기는 것은 수비와 마운드가 버텨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장 코치는 "타격 코치를 겸하고 있지만 역시 수비가 제일 우선이다. 방망이는 업다운이 없을 수 없다. 수비는 팀의 근간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송 코치는 "마운드가 버티지만 결국은 방망이로 쳐야 이기는 것이 야구다. 우리 팀 타자들은 필요할 때 점수를 뽑아준다. 역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마운드 노력도 허사다. 우리는 지금 서로를 격려하는 팀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가 보완해야할 점들

한 감독은 "우리는 중간층 뎁스가 허약하다. 김태연 정은원 등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야 한다. 7월과 8월이 오면 모든 팀이 힘겨워진다. 1.5군 선수들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면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8월 아시안게임 휴식기는 우리팀에 최적화된 일정같다"고 말했다.

송 코치는 "어느 팀이나 5선발까지 완벽하게 채우진 못한다. 5선발은 계속해서 준비하고 대비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외국인 투수 둘이 자리를 잡았고, 배영수도 버텨준다. 김재영도 들쭉날쭉하긴 해도 잘 해주고 있다. 선수들이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수비에서 잘해주니 전체적으로 팀에 힘이 붙는 것 같다. 특히 투수들 표정이 밝아졌다"며 웃었다.

권 혁 송창식 박정진 정근우는 언제 오나

한 감독은 "권 혁과 송창식은 장민재나 송은범 이태양 등이 지치면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아직까지는 무리없이 돌아가고 있고, 무리라고 보지 않는다. 콜업 시기는 좀더 고민해야 한다. 정근우는 수비가 고민이다. 정은원이 방망이는 얼마를 칠지 모르지만 수비로 해주는 부분이 많다. 초반에 좀더 잘 할수 있었는데 수비실책으로 내준 게임이 꽤 된다. 지금은 수비가 되기 때문에 투수들 평균자책점이 뚝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짠한 야구는 이제 그만

한 감독은 "나는 두산 베어스, 송 코치는 해설위원, 장 코치는 롯데 자이언츠에 있었다. 한화만 만나면 깨주고 싶었다.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볼때마다 짠했다. 그 마음이 묘하다. 코치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좀더 화끈한 야구를 하고 싶다. 아직은 우리팀은 성장하고 있는 팀이다. 일종의 조율 단계다. 우리 야구의 완전체는 팬들께 아직 보여드리지 못했다"라고 했다.

송 코치는 "마운드 컬러가 바뀐 것은 큰 소득이다. 13명 투수 엔트리 전체가 잘해준다. 누구 한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우리 투수들에게 2015년 프리미어리그12 이야기를 한번씩 해준다. 당시 장원준 우규민 심창민 차우찬 정우람 등은 불펜에서 몸을 풀었지만 던지고 싶은 마음은 다들 소극적이었다. 무리하다 다치면 손해가 크니까. 하지만 대표팀이 치고 올라가니 나중에는 서로 던지겠다고 했다. 한화의 지금 상황이 그렇다. 선수들이 서로 던지겠다고 아우성이다. 서로를 챙겨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것이 우리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