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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제로' 김상수가 앞에서 상황을 우선 정리하고, '광속구 마무리' 조상우가 나와 경기를 끝낸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는 8~9회의 장면이다. 실제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이런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흘렀다.
김상수가 다소 이른 7회초 1사에 나와 승계주자 실점을 한 장면은 다소 아쉬웠지만, 어쨌든 승기를 내주지 않은 채 8회까지 버텼다. 그리고 조상우도 동점이던 9회초에 나와 무실점하며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김상수-조상우 조합의 안정성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 김상수가 꾸준히 위력적인데다 조상우도 갈수록 경험이 쌓이며 마무리에 적응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좌완 김성민과 우완 김선기의 분발이 촉구된다. 사실 두 선수는 시즌 개막 시점에는 장 감독이 '필승조' 2선 라인으로 분류해뒀던 투수들이다. 특히 김성민은 스프링캠프 때 5선발 경쟁을 펼치던 투수다. 내심 장 감독은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길 경우 김성민을 임시로 투입하려는 방안도 준비했었다. 그만큼 신뢰가 컸다는 뜻이다. 신인 김선기도 좋은 구위로 기대를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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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도의 기량이라면 필승조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 무엇보다 이들은 제구력이 너무 흔들린다. 김성민은 18경기에서 16⅓이닝을 던졌는데 무려 1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김선기 역시 17경기-19이닝 동안 13볼넷이다. 18이닝을 던진 김상수의 볼넷이 6개(고의4구 제외) 뿐인 걸 감안하면 이들의 제구가 얼마나 흔들리는 지 알 수 있다. 결국 이 문제가 개선되는 게 우선이다. 김선기나 김성민 역시 프로선수로서의 욕심이 있을 것이다. 팀도 이들이 선전해 중요 포지션을 맡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제구력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