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1번타자로 계속 잘했으면 좋겠어요."
SK 와이번스는 두산 베어스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 정, 제이미 로맥, 김동엽 등 거포들이 뻥뻥 때려내는 홈런의 힘이 크다. 지켜보는 팬들을 시원하게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선수들이 만찬을 즐길 수 있도록, 푸짐하게 밥상을 차려주는 이 선수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방망이 뿐 아니다. 리그 최고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중견수 수비는 보너스다. 그 주인공은 확실한 리드오프로 거듭난 노수광이다.
사실 노수광의 시즌 초반은 불안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리드오프감으로 점찍고는 있었으나, 확답은 주지 않고 정진기와의 경쟁을 유도했다. 좌익수 김동엽-우익수 한동민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두 사람이 중견수 자리를 놓고 맞섰다. 사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돼 팀에 합류한 직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힐만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놨다. 그래서 시범경기 조금만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괜찮았을텐데, 1할대 타율로 너무 부진해다. 반대로 정진기가 호쾌한 타격을 앞세워 먼저 기회를 잡았다.
노수광은 당시를 떠올리며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준비했다. '언젠가는 잘 되겠지'라고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안되는 게 야구다. 어떻게 하면 좋았을 때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연구하고, 연습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금씩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전 두 번의 인상적인 끝내기타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첫 번째는 12회말 2사 상황 끝내기 홈런, 두 번째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끝내기 기습번트였다. 힐만 감독이 4월 중순부터 노수광을 1번 자리에 못박았고, 노수광은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그는 "이렇게 1번타자로 꾸준하게 경기를 나간 적이 없었다. 사실 잘 안될 때는 1번타자라는 자리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자만심은 절대 아니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사실 운 좋게 나오는 안타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노수광은 "팀에 훌륭한 타자들이 많지 않나. 야구를 잘하고 싶어 묻고 또 물었다. 타석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대처를 해야하는지 하나하나 귀찮을 정도로 캐물었다. 힘들 때 이재원 형이 많이 도와줬다. 그렇게 나만의 방법을 찾았고, 그 방법대로 자신있게 하니 최근 조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비결을 살짝 공개해줄 수 있냐고 묻자 "잘되고 있을 땐 말하면 안된다. 영업 비밀"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노수광은 마지막으로 "올시즌 마지막까지 SK의 1번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내 목표"라고 힘차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