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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넥센 히어로즈에도 희망의 지표가 나타났다. 앞으로 팀을 상승세로 이끌 수 있는 강력한 상징, 바로 안정된 선발라인의 정착이다.
19일까지 넥센은 10승13패로 리그 8위다. 비록 순위는 하위권이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다.공동 5위 세 팀(NC LG KT)과 불과 0.5경기 차이인데다 4위 한화 이글스로부터도 2경기 밖에 멀어지지 않았다. 서건창과 박병호의 두 중심축이 부상으로 빠진 여파로 타격쪽에서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그래도 완전히 쓰러진 건 아니다. 비틀거리면서도 힘겹게 앞으로 한 발씩 내밀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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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발 투수들이 꾸준히 6이닝 이상을 버텨주는 건 여러 모로 팀에 큰 힘이 된다. 일단, 다음 승부에 대한 계산을 할 수 있다. 승부 계산의 시작은 선발 투수부터다. 노련한 벤치는 이 전력 계산에서부터 출발해 상대 타자와 당일 변수 등을 종합 고려해 필승 전략을 수립한다. 하지만 선발진의 기량이 들쭉날쭉하다면 계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 불펜진의 힘을 비축해놓을 수 있다. 넥센은 올해 초반 수 차례 연장전 등을 치르며 불펜 소모가 다소 컸다. 그러나 최근 선발투수들이 불펜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이로 인해 불펜의 재정비를 시도해볼 여지가 생겼다.
안타까운 점은 선발진의 이런 호투가 모두 승리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 워낙 심각한 타격부진의 여파 때문에 투수들이 승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압권은 최원태가 지난 18일, 완투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생애 최고의 피치가 될 수도 있었는데,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런 면에 관해 넥센 타자들은 큰 책임감을 느끼며 더 강한 집중력을 갖자는 다짐을 서로 하고 있다. 19일에 타선이 6점을 일찌감치 뽑아준 배경에 이런 다짐이 어느 정도는 깔려 있는 듯 하다. 선발진의 힘찬 선창이 일단 계속 울린다. 이제 타자들이 거기에 응답할 차례다. 이 부름과 답이 일치할 경우, 넥센은 다시 높이 비상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