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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면서 터지니, 상대로선 막을 길이 없다.
승리의 주인공도 다 다르다. 첫 경기 히어로가 유한준이었다면, 2차전은 잘나가던 왕웨이중을 상대로 홈런, 결정적인 2타점 2루타를 친 이해창이었다. 마지막 날은 잠잠하던 오태곤이었다. 멜 로하스 주니어가 컨디션 난조로 인해 수비에 나가지 못하고 지명타자 출전하자 겨우 중견수 '땜빵' 자리를 얻은 오태곤은 마치 시위라도 하듯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5회와 6회 상대 정수민과 김진성의 포크볼을 연거푸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KT는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홈런 29개로 SK 와이번스와 함께 공동 선두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오태곤 2방에 박경수 선제 솔로포, 그리고 유한준의 쐐기 투런까지 4개를 추가했다. SK는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팀 홈런 1위로 앞서나가게 됐다.
이 선수들이 몰아서 때리는 게 아니라,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가 살아나는 패턴이 반복돼 고무적이다. 모두가 침묵에 빠지는 집단 슬럼프 현상이 생기면 연패에 빠질 확률이 높은데, 난세의 영웅이 1명씩 나타나니 연패가 길어지지 않는다. 김진욱 감독은 "시즌 초반 잘치던 로하스, 강백호가 주춤하는 등 최근 타선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하락세였다. 그런데 여기서 나타나준 선수가 유한준이었다. 유한준이 살아나며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이해창이 때려주는 홈런도 정말 값지다"고 말하며 "황재균이 조금 안좋은데, 날씨만 조금 더 따뜻해지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현재 서서히 감각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선수들 체력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야수진 가용 자원이 많아지며 지명타자 자리를 잘 이용해 선수들을 쉬게 해준다. 11일 경기에서는 황재균이 지명타자로 수비를 쉬었고, 12일 경기는 타격감이 뚝 떨어진 로하스를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신인 강백호도 좌익수 출전 경기수가 누적되면 지명타자로 내보낸다. 지난 주 강백호의 컨디션이 뚝 떨어졌는데, 수비를 조금 쉬게 해줬더니 타격이 다시 살아났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 강백호는 11일 경기에서 배재환을 상대로 시즌 5번째 홈런을 쳐내는 등 NC 3연전 5안타를 몰아때렸다.
김 감독은 "작년 같으면 빈 자리를 어떻게 메울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한 선수를 지명타자로 써도 다른 자리에 채울 선수가 있다는 게 우리가 달라진 점이다. 선수들이 돌아가며 쉬면서도 전력 누수가 없다. 수비,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두 선수와 얘기를 하면 서로 수비를 나가겠다고 한다"고 했다. 지명타자로 나가는 여유를 부렸다, 경쟁 선수에게 자리를 빼았기면 안된다는 선수들의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잘 되는 집의 전형적 경쟁 패턴이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