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거물'과 '천재'의 조우, 박병호와 강백호의 첫 대화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4-05 21:12


KT 위즈 강백호가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1회말 박병호의 타격 장면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사람한테 그런 타구 보내는 거 아니다."

한 사람은 이미 리그 홈런 랭킹의 정점에 그것도 사상 초유의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포함해 4년 연속으로 올라봤던 '거물'이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비록 '천재'소리는 들을 지라도 이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 19세 신인이다.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와 올 시즌 초반 최고의 주목을 끌고 있는 KT 위즈 신인 강백호.

'거물'과 '천재'가 만났다. 과연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신경전? 그럴 리가. 냉대? 설마. 한국 프로야구의 '현재'인 박병호는 시크한 농담으로 신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여기에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인 강백호는 씩씩하게 화답하며 어색할 뻔한 첫 만남을 비교적 유쾌하게 끝냈다. 둘의 만남은 지난 4일 고척돔에서 처음 이뤄졌다.

사실 박병호는 강백호의 우상 중 하나다. 마침 이날 양 팀의 맞대결에서는 박병호의 호쾌한 홈런이 터져 나왔다. 박병호는 이날 1회말 1사 1루에서 KT 선발 류희운의 몸쪽 낮은 포크볼을 매우 기술적으로 잡아당겨 좌월 투런 홈런을 날렸다. 공의 코스는 까다로웠다. 하지만 박병호는 오른팔을 몸통에 완전히 붙힌 채 빠른 몸통 회전으로 타구를 펜스 너머로 보냈다. 또한 임팩트 순간 타구가 휘감겨 좌측 파울 존으로 가지 않게 하려고 오른 손을 재빨리 놓고 왼손 만으로 스윙을 마무리했다. 기술과 힘의 정점에서 나온 홈런이었다.

때마침 KT 더그아웃에서 강백호가 이 장면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잡혔다. 마치 아이돌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빛과 흡사했다. 한편으로는 박병호의 타격을 보고 배우려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 장면에 대해 강백호는 5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홈런 때문에 놀랐다기 보다는 그저 박병호 선배님을 직접 보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있기 전에 이미 두 선수는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첫 대결이던 지난 3일이었다. 3회초 무사 1루 때 강백호는 1루 쪽으로 강습 타구를 날렸다. 박병호가 이 공을 어렵게 잡아 선행 주자를 잡았고, 그 사이 강백호는 1루에서 살았다. 강백호가 1루에 서 있을 때 대선배 박병호가 먼저 말을 걸었다고 한다.

박병호는 지나가는 말투로 "사람한테 그런 타구 날리는 거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강백호의 타구가 워낙 강했다는 감탄의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이를 들은 강백호는 뭐라고 했을까. 보통 신인 같았으면 제대로 대답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백호는 강백호다. "네 다음에는 선배님 옆으로 치겠습니다." 아예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안타를 치겠다는 당찬 답변이다. 거물과 천재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갔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