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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기대감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해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넥센 히어로즈 좌완투수 김성민의 엄청난 시즌 초반 활약에 팀 안팎에서 감탄이 쏟아져 나온다. 넥센 장정석 감독도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김성민은 시즌 초반을 불펜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원래 김성민은 선발 요원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끝까지 5선발 오디션을 치르다 결국 한현희에게 5선발 자리를 내줬지만, 그의 전공분야는 불펜이 아닌 선발이었다. 이 때문에 김성민은 하마터면 2군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뻔했다. 개막 엔트리 구성을 하는 과정에서 한때 장 감독은 김성민을 2군 엔트리에 남겨두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런 장 감독의 생각은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의 부탁을 들은 뒤 변경됐다. 나이트 코치는 장 감독에게 "지금 1군에 좌완 불펜 요원이 부족한 게 걸린다. 그러니 김성민을 1군에 남겨두고 쓰다가 나중에 (팀 상황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도록 하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장 감독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결국 장 감독은 이런 나이트 코치의 건의를 받아들여 김성민을 개막 엔트리에 올렸다.
결과적으로 이런 계획 변경은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김성민은 개막 후 4경기에 필승조로 등판해 6이닝 3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뽐내고 있다. 벌써 구원승도 2승이나 챙겼다. 팀이 시즌 초반에 거둔 5승 중에 40%가 김성민의 활약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어려운 상황이면 언제든 등판하는 전천후 셋업맨이라는 게 김성민의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다. 지난 25일 고척 한화전 첫 등판 때는 5이닝 3실점 한 선발 최원태의 뒤를 이어 6회에 등장해 1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버텼다. 비록 팀은 졌지만, 김성민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27일 고척 LG전 때는 4-4로 동점을 만든 연장 10회초 무사 1루 위기에 등판해 임 훈-김용의-오지환을 셧아웃하며 10회말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첫 구원승을 거둔 날이다.
이어 29일 고척 LG전과 30일 대구 삼성전에 걸쳐 연투를 했다. 29일에는 1⅔이닝 1안타 2볼넷 무실점, 30일에는 2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이었다. 30일 경기에서도 연장 12회초 김민성의 끝내기타가 터지면서 연장 11회부터 나온 김성민이 시즌 두 번째 구원승을 챙겼다. 단순한 운이 아닌, 김성민의 안정적 피칭 덕분에 나온 승리였다.
이제 김성민의 실력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 남은 건 그가 선발 로테이션에 과연 언제 들어가게 될 것인가다. 물론 이대로 필승 셋업맨 역할을 해도 팀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이 김성민의 선발진 진입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4선발 신재영이 첫 등판에서 3⅔이닝 동안 무려 7실점하며 부진했기 때문이다. 첫 등판이라 속단은 금물이지만, 향후 신재영이 계속 부진할 경우 김성민은 이 자리를 메울 대안 1순위로 평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