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기분이 정말 묘해요" 롯데 민병헌의 잠실 방문기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3-27 21:42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27일 잠실구장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팀 선수단이 훈련을 펼쳤다. 롯데 민병헌이 경기장에 도착해 두산 허경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3.27/

"우와~ 아는 얼굴들이 정말 많이 있어서 너무 신기해요."

원정팀 선수로 잠실구장을 방문한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은 연신 여기저기를 두리번 댔다. 27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은 민병헌이 이적 후 처음 옛 안방에선 치른 1군 정식 경기다.

서울 출신인 민병헌은 지난 2006년 두산에 입단해 지난 시즌까지 10년 넘게 한 팀에서 뛰었다. 시즌이 끝난 후 그는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롯데와 4년 80억원에 계약했다. 처음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더 큰 꿈을 위해 팀을 옮기는 결단을 내렸지만, 오랫동안 몸 담았던 팀에 상대팀 선수로 야구장을 찾은 '묘한' 기분은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시범경기 때도 이미 두산 선수들과 상대팀으로 만났었지만 이날은 더욱 특별한듯 했다.

민병헌은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두산 코치들, 동료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구단 직원들과도 장난치듯 인사를 나눴다. 직원들도 "네가 왜 롯데 유니폼을 입고있냐"며 농담을 건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평소 워낙 활달한 성격의 선수라 인사에는 아쉬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27일 잠실구장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팀 선수단이 훈련을 펼쳤다. 롯데 민병헌이 경기장에 도착해 두산 허경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3.27/
민병헌은 "얼굴을 보면서 인사하면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얼굴을 안보고 인사를 드렸다"고 했다. 또 "두산 라커는 내일(28일)이나 모레쯤 한번 갈 생각이다. 지금은 경기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한데, 괜히 그럴까봐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새로운 팀과 친정팀 모두 무조건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싶은 게 민병헌의 속마음이다. 민병헌은 "승부는 승부니까 집중해야 한다. (장)원준이 형, (유)희관이 형, (이)용찬이 공을 안 쳐봐서 어떤지 궁금하다. 굉장히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스로 있긴 하다. SK 와이번스와의 개막 2연전에서도 초반 계속 안타가 안나오자 혼자 엄청 조급해했었다. 다행히 감독님이 하던대로 하라고 해주셔서 조금 나아졌고, 안타가 나온 이후에는 조금 더 편해졌다. 오히려 국가대표에 나갔을 때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남다른 마음가짐을 밝혔다.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일까, 아니면 긴장한 탓일까. 민병헌은 이날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다. 팀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 여러모로 아쉬움 속에 친정팀의 홈 구장 첫 방문을 마쳤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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