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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까지 2시즌 연속 주전으로 뛰면서 3할 타율을 기록한 두산 베어스 박건우는 이미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장원준과 양의지가 올 시즌을 끝으로 FA대상이 됨에 따라 그는 김재환과 함께 향후 몇년간 팀 간판 선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진했을 당시에는 만약 이 고비를 이겨내면 앞으로 야구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이겨냈을 때는 조금 대견하다고 생각했고 저 스스로에게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얘기했어요. 힘들어서 '그냥 차라리 2군 가고 싶다'고도 생각했었거든요. 솔직히 못하면요. 동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은데 저 혼자 눈치를 보게 되요. '야구도 못하는게 왜 저기 있나'라고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더 우울해져요."
아직도 시즌 초 부진은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난 시즌까지 3년 동안 시즌 초반에 좋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연구하고 찾아보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웨이트의 문제로 스윙 스피트가 떨어진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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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늘 시즌 시작 전에는 근육량을 꽤 많이 늘려왔다. "야구에 맞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하는데 근육만 늘려놔서 몸이 둔해지고 스피드가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변화를 좀 줬어요. 근육 운동보다 순발력 운동을 많이 했죠. (김)재환이형이나 (오)재일이처럼 저는 홈런타자가 아니잖아요. 방망이 스피드로 승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에서 지난 시즌 20홈런을 쳤던 선수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홈런은 거의 원정에서 나왔어요.(웃음)"
팀에서 역대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박건우다. "8월에는 타석에 들어가는게 재미있을 정도로 잘 맞았아요. 그런데 도루를 3개 하고 나니까 부담이 확 생기더라고요. 사실 그 도루도 제가 도루를 잘해서 성공한 건 아니었거든요. 20-20에 마지막 홈런 1개가 남았을 때는 정말 부담이 많이 됐어요. 의식하다보니 스윙도 너무 커지더라구요. 이제 그런 부담 안가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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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몇년간은 두산 타선의 중심을 맡을 가능성이 높지만 박건우는 크게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매년 중요하잖아요. 솔직히 앞도 보기 싫고 잘했던 시즌도 보기 싫고 이번 시즌만 잘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해에는 진짜 생각을 많이 하고 했는데 힘들었어요. 잘하는데 튀지는 않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묵묵히 자기 할일 하는 선수가 목표예요.(웃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