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도 괜찮아' 버나디나의 두번째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1-02 13:51 | 최종수정 2018-01-02 14:17


버나디나. 스포츠조선DB

"정말 잘할 것 같습니까?" 지난봄 KIA 타이거즈 코칭스태프는 로저 버나디나의 부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발 빠르고 수비 좋은 외인 타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버나디나와 계약을 했지만, 개막 이후 좀처럼 타격이 살아나지 않았다. 아무리 수비가 탄탄한 선수라고 해도 외국인 타자의 타격이 기본 이하라면 곤란하다. 구단 내부에서도 버나디나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도 불안감까지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채 지켜보고 있었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조계현 단장은 "그때 단장님이 버나디나가 잘할 것 같냐고 물으시길래 '딱 일주일만 더 지켜보시면 살아날 겁니다'라고 장담을 했었다"고 돌아봤다. 물론 버나디나의 타격감이 살아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반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4월 중순까지 2할 초반대 타율에 허덕이던 버나디나는 5월 타율 3할1푼2리에 5홈런 20타점, 6월 타율 3할5푼에 6홈런 25타점 등 눈부신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3할2푼의 타율, 27홈런에 111타점, 32도루의 A+급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리그 득점 1위(118득점) 타이틀과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쥐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5할이 넘는 타율(0.526)에 홈런 1개 포함 7타점을 기록하며 맹수같은 활약을 펼쳤다. KIA는 '복덩이' 버나디나와 함께 정규 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버나디나는 젠틀한 성품을 가졌지만 기본적으로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예민함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차이가 배팅볼이다. 조계현 단장은 "시즌 초반 버나디나가 부진할때 유심히 지켜보다가 배팅볼 차이가 번뜩 생각이 났다. 미국은 경기전 타격 연습을 할때 우리보다 훨씬 천천히 배팅볼을 던져준다. 여기에 익숙해져있는 버나디나는 우리 배팅볼 투수가 던져주는 빠른 공이 낯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통역을 불렀다. '배팅볼 미국처럼 천천히 던져줄까?'하고 물었더니 단번에 표정이 환해지더라. 그래서 그 후로 본인이 편하게 느낄때까지 배팅볼을 미국식으로 던져주고, 자신의 루틴을 지키도록 했다. 그러자 금방 적응하더라"고 말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지만 낯선 리그, 낯선 팀, 낯선 동료들과 처음 뛰다보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시즌초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았으니 더더욱 위축이 될 수 있다. 코칭스태프가 '순둥이'로 부르는 버나디나지만, 초반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결국 적응 시기를 거쳐 무섭게 살아났고, 버나디나는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재계약 과정에서는 에이전트를 가운데 두고 의사소통을 하다보니 3명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진통이 있었지만 잔류에 성공해 올해도 KIA 유니폼을 뛴다. 이미 환경 적응을 끝낸 두번째 시즌인만큼 2017년을 뛰어넘는 활약을 기대해도 될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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