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 보상선수 없애도, 등급제 생겨도...결국 돈 문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12-05 20:14


11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준PO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롯데 최준석이 5회 2사 만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1루에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는 최준석.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0.11

제도가 바뀌어도, 결국은 돈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갈 곳 없는 FA(자유계약선수)들에 대해, 원 소속구단이 이적의 걸림돌로 여겨지던 보상선수를 안받는 조건으로 이적을 돕겠다는 '판촉 활동'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채태인에 대해 사전 공지를 띄웠고,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도 이에 동참했다.

FA들의 이동이 막힐 때마다 "돈이 아깝나. 보상선수가 너무 아까워 영입이 힘들다"고 했던 구단들이기에, 선수 운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선수 원 소속구단도 잡자니 선수 요구가 무리한 것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팬들의 비난을 들을 것 같은 상황에서 다른 팀이 데려가준다면 매끄러운 일처리가 돼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결국 준척급 FA 선수들의 이동에 한계가 있는 제도의 허점을, 구단들 스스로 풀어나가게 된 상황이다. 이는 또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서 얘기만 나오던 'FA 등급제'와 연결된다.

그런데 보상선수를 안 받는다면, 등급제가 생긴다면, 활발한 이동이 일어날까. 최근 추세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최근 보상선수 없는 이적 허용 트렌드는 다양한 원인에 있다고 봐야한다. 넥센은 현금 확보를 우선시 하는 듯 하고, 롯데와 kt은 선수가 넘쳐나 해당 선수를 전력 외로 판단한 상황에서 보상금이라도 받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결과다.

구단이 '갑'의 입장에 있는데, 선수는 계약기간과 금액 보장을 요구하고 나서니 계약이 될 수가 없다. 나이가 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명성이 있었던 선수는 최소 3년 이상의 계약을 원한다. 이렇게 되면 금액이 최소 30억원 이상으로 뛴다. 이전에는 30억원이 큰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100억원 이상의 FA가 속출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롯데 구단에 이적의 길을 터달라고 요청한 최준석을 보자. 그의 올해 연봉이 4억원이다. 보상금만 12억원이다. 만약, 최준석에게 30억원을 투자하는 구단이 있다고 한다면, 보상금까지 42억원이 들어간다. 보상금을 생각하면 이적을 원하는 선수는 자신의 몸값을 확 낮춰야 한다. 자존심이고, 생계 문제이고 그렇게 안하면 옮길 수가 없다.

등급제가 생긴다고 해도 비슷하다. 최준석(34)의 나이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보상금 100%+보상선수 또는 보상금 200%로 보상 규정이 완화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보상금이 8억원이다. 아무리 등급제가 생긴다고 해도 이전에 큰 규모의 계약을 했거나, 어느 정도 성적을 낸 선수들이 무상으로 팀을 옮기는 규정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연봉을 떠나 보상금 규모 만으로도 다른 팀들이 선수 이적에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 채태인도 연봉이 3억원이나 된다. 선수가 계약 기간 2년, 연봉 1억원을 받기로 해 구단이 10억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데려온다면 성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가 1억원만 받고 뛸 일은 절대 없으니 풀기 힘든 난제다.

냉정한 프로 세계에선 FA도 같은 FA가 아니다. 최상위급 선수들의 계약을 보고 '나는 억울하다'고 한다면, 아까운 시간만 흐르고 기회만 놓칠 수 있다. 보상선수 문제 해결, 등급제도 좋지만 결국 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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