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 보상선수 NO 선언 러시, FA등급제 어디까지 왔나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12-05 20:14


◇채태인-최준석-이우민-이대형. 보상선수 족쇄를 벗은 FA 4인. 스포츠조선DB

구단들이 갑자기 산타클로스가 된 걸까. FA(자유계약선수)제도의 한축으로 자리잡았던 보상제도, 그 중에서도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구단의 권리 포기로 볼 수도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채태인, 롯데 자이언츠가 최준석과 이우민, kt 위즈가 이대형의 족쇄를 풀었다. 이적시 보호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대형 계약이 어려운 B급 FA들의 이적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선언이다. 이른바 'FA 등급제'와 맥이 닿는다. FA 등급제는 수년간 논의만 되풀이되고 있다. 협의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현행 FA 제도 이적 보상규정은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인 외 1명 또는 연봉의 100%다. 구단들은 예외없이 보상선수를 택했다. 21번째 선수는 27명 1군 엔트리 중 1명을 뜻한다. 즉시전력감이다. 대어급이 아닌 FA를 영입하면서 즉시전력감을 내주는 것은 뼈아프다. 팀별 스쿼드를 감안하면, 아예 준척급 FA 영입이 불가능한 팀도 있다.

결국 월척과 준척, 그 이하 등급으로 FA 명암이 갈리고 있다. A급은 4년간 100억원 넘는 거액을 손에 쥐고 칙사대접을 받는다. B급은 이적도 어렵고 몸값은 A급의 5분의 1도 어렵다. C급은 제대로된 협상조차없는 찬밥신세다. 어차피 이적이 어려운 FA는 '잡은 물고기'다. 구단으로선 재차 떡밥을 뿌릴 이유가 없다.

FA 이슈가 터질때마다 FA 등급제는 도마에 오르고 있다. FA 등급제 논의 시작은 3년전이다. 고액 FA만 각광받는 현실에서 준척급들은 보상규정에 가로막혀 이적이 힘들었다. FA 혜택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수협이 이를 주장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무조건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준척급을 좀더 쉽게 데려오면 월척급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윈윈 전략에서 시작됐던 FA 등급제 논의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 선수협과 구단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몰라도 내부적으론 둘 다 내부 목소리를 하나로 온전히 모으지 못하고 있다.

선수협은 FA등급제 수용과 연봉 등급제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처럼 팀별로 상위 3명은 A듭급, 상위 4번째부터 10번째 선수는 B등급, 그 이하는 C등급. A등급은 보상금과 보상선수가 있고, B등급은 차등 보상하고, C등급은 보상을 없앤다는 것이 골자다.

구단들은 팀별로 사정이 복잡하다. 연봉 5억원 선수가 A팀에서는 연봉 1위지만 B팀에서는 5위가 될수 있다. 유망주가 많은 팀과 적은 팀 사이에 보상선수 득실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성적(기록) 등급제 논의도 있었지만 포지션별로 기록을 계량화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논란이 컸다.


선수협과 구단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FA 등급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선수협은 올해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내년 초부터 시행된다. 에이전트는 엄밀히 말해 A급 선수들이 더 필요한 집단이다. B급과 C급을 위한 FA등급제 논의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선수협이 분배에도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선수협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낸 선수들은 스타급이었다. 다만 최근들어 변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구단 입장에선 선수에게 이적 족쇄를 채우면 장기적으로 헐값에 계약할 수 있다. 구단이 때로 선수를 영입하는 쪽에 서기도 하지만 구단끼리 경쟁하다보면 몸값이 높아질 수 있다. 먼저 나서 FA 등급제를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 채태인 최준석 이우민 이대형을 상대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구단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없는 조치다. 권리 포기처럼 보이지만 애초부터 전력 외 선수들로 봤다. 타팀으로 간다해도 위협이 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번 조치가 FA 등급제 논의를 더 활발하게 만들 여지는 있지만 유의미한 제도 확립, 개선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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