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누가 양상문 단장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1-28 13:31 | 최종수정 2017-11-29 03:14


LG 트윈스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류중일 감독 취임식이 13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진혁 경영지원실장, 양상문 단장, 신문범 사장, 류중일 감독, 류제국, 박용택, 차우찬(왼쪽부터)이 손을 모으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0.13/

2017 KBO리그 삼성과 LG의 경기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대10으로 패배한 LG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0.01.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다른 팀들이 부러워하는 구단이다. 팬층이 두터워 매년 관중 100만명은 기본이다. 올해 잠실구장에서 열린 홈 72경기에 113만4846명이 입장해 12번째 홈 관중 1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 프로 스포츠 최다다. 1990년 구단이 출범한 후 28년 누적 관중이 2571만1063명이다. LG 구단, 트윈스 팬들은 최고 인기 구단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쌓여 KBO리그 각 구단들이 고유의 빛깔을 갖게 됐는데, 트윈스하면 떠오르는 건 '흑백 스트라이프 유니폼'에 담긴 세련된 이미지다.

사실 성적만 놓고 보면 과분하게 팬 사랑을 받은 측면이 있다.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는데,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는 물론,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도 한참 뒤진다. 오랜 기간 최고 수준의 투자를 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충성도 높은 '쌍둥이' 팬들이 오늘의 LG 트윈스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LG 구단으로선 머리숙여 감사해야할 일이다. 팬이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는 프로 스포츠다. LG 구단은 소중한 자산을 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양날의 검처럼 때로는 과도한 '사랑'이 부담이 되고, 팀을 위축시킨다.

최근 일부 열성 팬들이 잠실구장에서 양상문 단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일인시위로 시작해 집단시위로 번졌다. 팬들의 반발은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떠나게 되면서 비롯됐다. 양상문 단장은 지난 주 내야수 정성훈(37)에게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손주인(34) 이병규(34) 유원상(31) 백창수(29)가 이적했다. 그동안 주어진 위치에서 팀에 공헌한 선수들이다. 오랫동안 응원해 온 팬 입장에선, 아쉬움이 크고 허전할 수 있다. 일부 팬들은 구단이 베테랑 정성훈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쳤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들은 일련의 선수단 정비 작업을 주도한 양상문 단장을 성토하며, 퇴진을 요구한다.

팬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생각해봐야할 게 있다. LG는 올해 페넌트레이스 6위팀이다. 지난 5년간 3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정상 근처에 가보지 못했다. 팬들이 열망하는 우승 전력과 거리가 멀었다. 정상을 바라보며 꾸준히 성적을 내려면, 현상 유지가 아닌 변화가 필요하다. 팀 전력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베테랑 선수라면 당연히 중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팀을 떠난 선수들이 핵심 전력이라고 보긴 어렵다. 외부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는 전략적인 선택도 필요하다. 다만 합리적인 투자, 가성비를 따져봐야하는 현실에선 어려운 얘기다.


2017 KBO리그 삼성과 LG의 경기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가 끝난 후 LG 선수단 전체가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0.01.

LG 트윈스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류중일 감독 취임식이 13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류제국, 박용택, 차우찬이 류중일 감독을 기다리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0.13/
무엇보다 현재 LG에 필요한 건 팀 분위기 쇄신, 새로운 전력 양성이다. 우승할 수 있는 전력,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몇년간 LG 구단은 리빌딩을 추진해 왔다. 일부 팬들의 분노를 야기한 선수단 정비도 팀 체질 개선 작업과 맥이 닿아 있다. 그동안 LG는 몇몇 베테랑 선수에게 휘둘리는 팀이 아닌,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그룹 차원에서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이천 챔피언스파크를 건립했다. 선수 육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단기간에 결과를 내기도 어렵다. 그동안 일정 부분 성과를 냈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분명한 건 구단의 큰 그림하에 전임 감독이기도 한 양상문 단장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상문 단장이 특정 선수, 팬들에게 욕을 먹을 게 뻔한 악역을 맡은 이유는 딱 하나다. '우승이 가능한 LG', 잠실구장 1루쪽 응원석에서 울려퍼지는 '무적 LG'를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 체제'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LG가 아닌가.

LG 구단, 트윈스 팬들이 늘 의식하는 팀이 '옆집' 두산이다. 팀 사정은 조금 다르지만 두산은 최근 3년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올해 페넌트레이스 2위팀인데도, 최근 과감하게 선수단을 정비했다. 지난 7년 동안 94승을 거둔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높은 몸값을 요구할 경우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FA 자격을 얻은 주축 타자 민병헌은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다른 젊은 외야 자원들이 많아 큰 돈을 들여 민병헌과의 계약을 추진할 필요가 없어서다. 향후 전력에 도움이 되는 지 여부를 따져보고, '정'이 아닌 '실리'를 보고 냉정하게 움직였다. 매년 유망주, 새얼굴들이 수혈된다. 오랫동안 두산 구단이 유지해온 이런 기조가 '건강하고 단단한 팀'을 만들었다. 이게 프로다.

양상문 단장의 공과는 향후 성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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