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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수보다는 많이 받아야 한다."
현재는 물론 과거까지 따지는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이번 스토브리그 FA 시장에는 18명의 선수가 신청서를 냈다. 8일 롯데 자이언츠와 문규현이 '2+1년'간 총액 10억원에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구단과 FA간 접촉이 본격화됐다.
역대 최고 몸값은 올해 롯데로 복귀한 이대호가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4년 150억원에 계약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공식 FA 범주에는 속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FA 계약이다. 바로 두 달전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작성한 최초의 100억원 기록을 단숨에 돌파해버렸다. 이번 FA 시장에서 운명을 걸기로 한 선수들 가운데 이대호의 기록을 넘을 수 있는 선수는 없어 보인다.
FA 시장에서 몸값이 결정되는 시스템은 매우 간단하다. 비슷한 포지션과 실력의 선수가 앞서 얼마에 계약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여기에 2개 이상 구단이 경쟁을 벌인다면 플러스 알파가 생긴다. 거물급 FA에 대해서는 '역대 최고대우'라는 조건이 추가되기도 한다.
FA 제도는 1999년 시즌이 끝나고 시행됐다. 그해 이강철 김동수가 삼성 라이온즈로 옮기면서 3년 8억원에 계약해 FA 제도의 이점을 만끽했다. 2000년 말에는 홍현우가 4년 18억원에 LG 트윈스로 이적해 큰 화제가 됐다. FA 몸값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생기기 시작한 사례다. 2001년 말에는 양준혁이 삼성과 27억2000만원에 계약해 20억원대 시대를 열었다. 2003년 말 롯데는 외야수 정수근을 6년 40억6000만원에 모셔오는 파격을 단행했다. 그해 마해영이 KIA와 4년 28억원, 진필중이 LG와 4년 30억원에 사인하기도 했다.
FA 역사에 큰 획이 그어진 것은 2004년 말이다. 삼성이 현대 유니콘스 출신 심정수와 박진만을 데려오는데 99억원을 썼다. 심정수는 4년간 최대 6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년 2억5000만원의 플러스 및 마이너스 옵션이 걸렸는데, 실제 심정수는 4년간 50억원을 약간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정수가 기록한 60억원이 워낙 어마어마한 규모로 인식됐기 때문인지 이후 9년간 FA 최고 몸값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2011년 11월 이택근이 넥센 히어로즈로 복귀하면서 4년 50억원에 계약했을 때 의외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역대 최고액과는 거리가 있었다.
'미친' 몸값은 2013년 겨울 절정을 이뤘다. 강민호가 롯데와 4년 75억원에 재계약하면서 심정수의 기록을 경신했다. 강민호를 비롯해 정근우(70억원) 이용규(67억원) 장원삼(60억원) 등 4명의 선수가 60억원 이상을 받으며 FA 몸값 역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겨울에는 80억원대 계약이 나왔다. 최 정이 4년간 86억원의 조건으로 SK 와이번스에 잔류하기로 했다. 장원준이 4년 84억원에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옮겼고, 윤성환은 4년 80억원에 삼성과 재계약했다.
2015년 말에는 박석민이 NC 다이노스와 계약하면서 4년 96원으로 최고 몸값의 주인공이 됐다. 김태균과 정우람은 각각 84억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0억원 시대가 열리기까지 17년이 소요된 셈이다. 지난 17년 동안 벌어진 눈치 싸움은 이번 FA 시장에서도 유효하다. 거물급으로 평가받는 손아섭 민병헌 강민호의 비교 대상은 누구일까. 손아섭은 안타 제조기의 이미지가 강하다. 민병헌은 중장거리 타자로 가치가 높다. 강민호는 사실 롯데에서 대체 불가능한 포수다. KBO 복귀 가능성이 높은 김현수와 황재균도 각각의 기준 몸값이 있을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