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에 강속구 던진 양현종, KIA는 어떻게 응답할까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11-06 16:48 | 최종수정 2017-11-06 21:06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이 6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KBO 리그 MVP상을 받은 KIA 양현종이 구본능 총재에게서 트로피를 받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1.06.

최고의 한해를 보낸 양현종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날 깜짝 발언을 했다.

양현종은 6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에 등극했다. 정규시즌이 끝난 직후 실시된 107명의 기자 투표인단 투표에서 856점 만점에 총 656점을 받았다. 최 정(294점)과 헥터 노에시(208점), 최형우(166점), 김선빈(141점)이 2~5위로 뒤를 이었다.

KIA 선수로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김성한(1985년) 선동열(1986, 1989, 1990년) 이종범(1994년) 김상현(2009년) 윤석민(2011년)에 이어 8번째 MVP 수상이다. 양현종은 올시즌 국내 투수로는 1995년 이상훈(LG 트윈스) 이후 22년 만에 선발 20승을 거뒀고, KIA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KBO리그 최초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 석권한 선수가 됐다.

양현종은 MVP 트로피를 받은 뒤 가족에게 감사를 전하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꿈같은 한해다. 이 꿈이 깨지 않으면 좋겠다. 여기 단장님도 계시지만 KIA 팬분들께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년에도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도록…"이라고 말했다. 이에 팬들이 함성을 지르자 이내 "감사합니다"라며 소감을 마쳤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로 해외진출을 추진하다가, 팀 잔류를 결정했다. 1년간 총액 25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이미 FA 자격을 행사해 앞으로 다년 계약은 할 수 없고 1년 단위 계약만 할 수 있다. 하지만 KIA는 양현종과 1년짜리 FA 계약을 하면서 올시즌 뒤 양현종이 원할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수 있다고 했다.

아직 KIA와 협상 테이블을 차리지도 않았지만 양현종은 먼저 KIA 잔류를 선언했다.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구단과 어느 정도 협상을 한 상태에서 나온 말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아직까지 구단과 얘기한 것은 없다"고 했다.

양현종은 "확신을 가지고 말한 이유는 단장님도 계셨고, 프런트도 계시는 앞에서 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내년에도 KIA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단장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상상도 했지만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희박할 것 같다. 팬분들이 주셨던 사랑으로 우승했는데, 팀 분위기도 너무 좋아 우승을 위해 남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서 단장님께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비록 FA 계약은 아니더라도 자유계약으로 돈을 더 부르는 구단으로 갈 수 있는데, KIA와 협의도 하지 않고 잔류를 선언한 것은 무모한 협상 전략일지도 모른다. KIA 제시액이 타구단보다 낮아도 받아들여야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찌감치 잔류를 못박아 구단을 압박할 수도 있다. '이렇게 KIA를 사랑하는 선수에게 섭섭지 않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팬들의 공감대를 구단이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양현종은 프로 선수로서 목표를 "영구결번"이라고 했다. 영구결번은 구단에서 오랫동안 헌신을 한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이다. 무려 11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KIA이지만, 영구결번은 선동열의 18번과 이종범의 7번, 단 2개뿐이다.

양현종은 올해 타이거즈 왼손투수로는 통산 최다승과 함께 100승을 넘겼고, 22년 만에 국내 선발 20승, 최초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MVP 동시석권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KIA와 계속 할수록 기록은 쌓이고, 영구결번이란 꿈도 이뤄질 수 있다.

지난해 해외진출을 시도하다가 잔류를 선택했던 양현종은 그때 이미 KIA 유니폼을 계속 입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양현종은 강속구를 던졌다. KIA 구단이 이 공을 어떻게 할 지 궁금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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