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로저스 넥센에선 말썽부리지 않고 지낼까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10-27 00:21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한 에스밀 로저스. 사진 제공=넥센 히어로즈

◇지난해 경기전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보며 웃음짓는 로저스. 스포츠조선DB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악동' 에스밀 로저스(32)가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지난해 5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1년반만의 KBO리그 복귀다. 재활중 일거수 일투족을 동영상으로 찍어 한화 사람들에게 보내며 재계약 구애를 했던 로저스는 결국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벌써부터 야구계에선 로저스가 내년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팔꿈치 부상전 보여줬던 강력한 구위, 그보다 더 강력했던 괴짜 기질. 로저스는 최근 수년간 KBO리그를 밟았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였다. 넘치는 에너지만큼이나 말썽꾼 이미지가 강했던 로저스는 과연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한화 내부에선 타구단 계약을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은 보통 1년 정도면 재활이 끝난다. 어깨수술과 달리 팔꿈치 인대접합술의 경우 첫 수술은 성공확률이 80% 이상이다. 로저스는 올초 불펜피칭을 할 정도로 재활속도가 빨랐다. 한화와의 재계약 어필을 위해 재활 페이스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었다고 봐도 건강하게 마운드에 섰다. 지난 7월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트리플A 팀과 계약을 했는데 이미 150km대 강속구를 다시 뿌리기 시작했다.

한화는 왜 로저스를 잡지 않았을까. 로저스가 내년이면 33세로 아직 한창이고, 확실히 보여준 것도 있었다. 로저스는 2015년 8월 대체선수로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10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97, 4차례 완투승, 3차례 완봉승을 따냈다. 2016년 팔꿈치 부상으로 6경기에서 2승3패에 그쳤지만 부상전 임팩트 만큼은 대단했다.

한화 포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구위만 놓고보면 구단 역대 최고 외국인투수는 로저스였다고 입을 모은다. 재능과 파워피칭을 눈여겨 봤기에 지난해 일찌감치 190만달러라는 역대 최고연봉을 보장해줬다.

하지만 로저스는 돌출행동이 잦고, 감정기복이 심했다. 옵션에 대한 과한 욕심 등으로 벤치의 투수교체 지시에 반기를 들기도 했고, 훈련에 불성실했다. 잦은 지각과 경기중 감정제어가 안돼 동료들의 심기도 흔들어놨다. 선수단 장악력이 강했던 김성근 전 한화 감독도 때로는 다그치고, 때로는 달래기도 했지만 로저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다수의 한화 코치들은 "구위는 좋지만 야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팀도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막나가니 팀분위기를 망치기 일쑤였다"고 입을 모았다. 성격은 쾌활했지만 갑자기 우울해지고 고집을 피우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한화는 일찌감치 로저스를 영입대상에서 제외했다. 로저스의 몸상태와 구위를 어느정도 확인했지만 선을 그었다. 몇몇 구단에서 로저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넥센은 로저스의 몸상태와 구위, KBO리그 복귀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연봉 150만달러는 넥센의 구단 자체 외국인 최고몸값이다. 로저스에 대한 기대를 알수 있다. 로저스의 마음 안정을 위해 가족들과 지인을 데려와 함께 생활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로저스는 한화 시절에도 가족들과 함께 생활한 바 있다.

넘치는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면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로저스는 한화 시절 경기전 배팅게이지에서 타격연습을 하고 외야 펑고를 한 박스나 치는 등 경기전후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팬들에겐 인기맨이었지만 동료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로저스가 내년 넥센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감정선을 어떻게 터치하느냐가 최대 변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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