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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잊고 있었다. 닉 에반스의 존재를. 과연 남은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후 3연승. 그리고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5대3으로 승리했다. 가장 중요하다는 1차전을 잡으며 한국시리즈 3연패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두산이다.
타선이 이렇게 잘해주는 사이, 우리가 잊고 있던 게 있었다. 바로 외국인 타자. 두산은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에반스는 지난 17일 열렸던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로 출전해 안타 1개를 때렸지만 삼진을 2개나 당했다. 20일 3차전에서도 팀이 14대3 대승을 거두는 데 한 게 없었다. 2타수 무안타인데 삼진 1개, 병살타 1개였다. 2차전과 4차전은 아예 뛰지도 못했다.
단순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큰 스윙으로 일관하는 타격이 문제였다. 대쪽같은 김태형 감독이 이를 두고 볼리가 없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 나오지 못하더니 결국 한국시리즈 1차전에도 결장했다.
그래도 정규시즌 27홈런을 친 타자다. 타점도 90개나 기록했다. 한방 넘길 수 있는 힘이 있다. 이런 외국인 타자를 중요한 경기에 과감히 배제할 수 있는 건 김 감독의 뚝심이다. 그리고 뚝심도 뚝심이지만, 나머지 국내 타자들이 너무 잘해주니 지금 좋은 흐름에서 굳이 변화를 줄 필요도 없다. 또, 에반스는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포수 양의지가 허리가 좋지 않아 수비가 힘든 상황에서 지명타자로 배치돼 에반스의 자리가 없어진 측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차전을 승리했으니, 2차전 선발 라인업도 큰 변화가 없을 두산이다. 앞으로 계속 에반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고 있는 상황 장타가 필요할 때 대타로 투입되는 정도가 예상된다. 양의지가 몸이 완벽해져 선발 포수로 들어가면 기회가 있을 수도 있는데, 최주환 등이 버티고 있어 지명타자로 나간다는 장담도 하기 힘들다.
정규시즌 잘해줬던 에반스, 가을 무대에서는 쓸쓸한 조연에 그치는 것일까.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