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김주찬은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호타준족형' 선수다. KIA가 2012년 말, 총액 50억원을 주고 김주찬을 영입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주찬이 테이블 세터 자리에서 다양한 루트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https://sports.chosun.com/news/html/2017/10/26/2017102601002161000168461.jpg) |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KIA 8회 1사 1, 3루에서 나지완의 내야 땅볼 타구 때 3루주자 김주찬이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0.26 |
|
하지만 부상이 늘 김주찬의 발목을 잡았다. 이적 후 첫 시즌인 2013년에는 47경기에 밖에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2014년부터는 평균적으로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타율 3할 이상의 좋은 활약을 펼치곤 했다. 다만 첫 두 시즌 이후 도루 갯수는 줄었다. 2013년에 23개, 2014년에 22개를 했는데 부상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2015시즌부터는 10개 미만으로 갯수가 확 줄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주찬의 스피드와 주루 센스가 사라진건 아니다. 여전히 그는 리그 정상급 주루 플레이 능력을 지녔다.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바로 김주찬의 이러한 주루 센스가 여실히 나왔다. 그가 아니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플레이다. 결국 김주찬이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양현종과 장원준의 명품 투수전으로 전개된 경기는 좀처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8회초까지 0-0. 전광판에 15개의 숫자 '0'이 찍혔다. 그리고 이어진 8회말 KIA의 공격. 선두타자로 나온 김주찬이 두산의 두 번째 투수 함덕주를 상대했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를 쳤는데 궤적이 이상했다. 우익선상으로 높이 떴는데 스핀이 걸려 결국 두산 수비진이 잡지 못했다. 타구는 페어 지역에 떨어졌다. 인플레이 상황. 김주찬은 재빨리 1루를 돌아 2루에 안착했다. 그의 스피드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득점 찬스를 잡은 KIA는 버나디나의 희생 번트로 1사 3루 찬스를 맞는다. 두산은 투수를 김강률로 바꾸고 4번 최형우와 어렵게 승부했다.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왔다. 사실상의 고의4구나 마찬가지. 이어진 1사 1, 3루에서 이날 안타를 치지 못한 나지완이 나왔다. 나지완은 볼카운트 2B에서 3구째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타구는 3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허경민은 홈으로 뛰기 시작한 김주찬을 잡기 위해 송구를 홈으로 했다. 결국 김주찬이 협살에 걸렸다.
이 경우 대부분의 주자는 금세 아웃이 된다. 하지만 김주찬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어렵게 잡은 득점 기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산 수비진의 중계를 요리조리 피하며 3루와 홈 사이에서 이리저리 뛰었다. 그 사이 2루에 있던 최형우가 3루로 뛰었다. 좋은 팀 플레이였다. 이게 결국 두산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유발했다. 포수 양의지가 3루로 들어오던 최형우를 잡으려고 3루에 던졌다. 커버를 들어와 공을 잡은 유격수 김재호는 최형우를 태그아웃했다. 하지만 김주찬을 간과했다. 김주찬은 이 짧은 틈에 홈을 파고들어 세이프를 이끌어냈다. 김주찬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빼어난 주루 센스가 만들어낸 결승점이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필살픽 줄줄이 적중' 농구도 역시 마감직전토토!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