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키워드] 명품 투수전을 이끈 포수 리드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0-26 21:54


'20승 투수' 양현종의 완봉 역투를 앞세운 KIA 타이거즈가 '멍군'을 불렀다.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대0으로 이기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양현종은 이날 9회까지 122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삼진을 11개나 잡아낸 명품 호투였다. 이로써 KIA는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채 기분 좋게 원정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명품 투수전'으로 전개된 한국시리즈 2차전을 3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KIA와 두산의 경기가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8회초 2사후 오재원을 플라이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마치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0.26/
명품 투수전의 숨은 주역, 포수 리드

이날 양팀은 근래에 보기 드문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KIA 선발 양현종이 9이닝을 완봉으로 장식했고, 두산 장원준 역시 7이닝 동안 117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좌완 선발의 피칭 대결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뒤에 숨은 조력자들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된다. 단순히 투수가 좋은 구위를 지녔다고 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순 없다. 이를 더 잘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포수의 좋은 리드가 필수적이다. 두 명의 호흡이 함께 잘 어우러져야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그래서 투수와 포수를 함께 묶어 '배터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날 KIA는 1차전 선발 포수였던 김민식 대신 한승택을 내보냈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때와 마찬가지"라고 한승택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양현종이 한승택과의 호흡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또 두산은 허리 부상을 극복한 양의지가 모처럼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한승택과 양의지는 각자 자기 짝꿍의 힘을 살리는 리드를 보여줬다. 또 8회부터 마스크를 쓴 교체포수 김민식도 양현종을 도왔다. 특히 양의지는 베테랑다운 리드로 초반 제구력이 흔들렸던 장원준의 기를 살려줬다. 두 포수의 뛰어난 리드는 다시 나오기 힘든 명품 투수전의 또 다른 주역이었다.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KIA와 두산의 경기가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김주찬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0.26/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병살타

야구 속설 가운데 "병살타가 3개 나오면 진다"는 말이 있다. 병살타가 나오면 공격의 맥이 탁 끊기기 때문이다. 그 데미지는 누적된다. 일단 병살타가 나온다는 건 누상에 이미 주자가 나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공격팀이 득점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런 상승 흐름에서 나오는 병살타는 득점 기회의 무산과 더불어 상대 수비진의 자신감을 상승시켜준다.


KIA는 이날 두 차례의 병살타로 초반 득점 기회를 날렸다. 첫 번째는 1회말이었다. 선두타자 이명기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나온 두산 선발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은 두산 선발 장원준을 흔들 법 했다. 그런데 여기서 2번 김주찬이 병살타를 쳤다. 초구 스트라이크와 2구째 번트 실패로 볼카운트가 몰리자 강공을 택했는데, 유격수 앞 병살타가 됐다. 장원준의 기를 살려준 셈이다.

병살타는 3회말에도 나왔다. 1사후 이명기가 절묘한 포수 앞 번트 안타로 출루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하필 김주찬이 병살타를 쳤다. 초구 파울 이후 2구째를 쳤지만, 또 유격수 앞으로 흘렀다. 자신감은 있어 보였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장원준은 결국 이 두 개의 병살타 덕분에 7회까지 버틸 수 있었다.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KIA 양현종과 두산 장원준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KIA 4회 무사 1루에서 1루주자 버나디나가 장원준의 견제구에 걸려 태그아웃을 당했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버나디나.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0.26
위기를 끊은 픽 오프(pick off)

견제구라고도 하는 픽 오프는 투수의 또 다른 무기다. 이미 누상에 나간 주자와의 눈치 싸움이다. 성공하면 손쉽게 주자를 지우고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지만, 송구 실책이나 보크의 위험도 함께 있다. 영리한 투수는 견제를 통해 주자의 리드를 줄이기도 하고, 투구 밸런스를 가다듬기도 한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이것으로 재미를 봤다.

장원준은 경기 초반 악전고투했다. 4회말에도 선두타자 버나디나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무사 1루 그리고 KIA 타자는 4번 최형우 등 중심 타선으로 이어진다. 실점 위기였다. 하지만 장원준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상대의 빈틈을 교묘하게 파고 들었다. 발 빠른 1루 주자 버나디나가 슬금슬금 리드를 했다. 점점 리드 거리가 커지는 걸 예의 주시하던 장원준은 '이때다!' 싶은 순간, 벼락같이 1루를 향해 공을 뿌렸다. 정확히 1루수 오재일의 글러브에 파고 들었고, 오재일도 빠르게 태그 동작에 들어갔다. 김병주 1루심은 즉시 아웃을 선언했다. 그러자 김태룡 KIA 1루 주루코치가 비디오 판독 신청 신호를 더그아웃으로 보냈다. 김기태 감독은 김 코치의 판단을 믿고 비디오 판독 신청을 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오재일의 태그가 빨랐다. 원심 유지. 장원준이 위기를 스스로 끊어낸 순간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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