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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한국시리즈의 기억이 플레이오프에서 재현된다. NC 다이노스는 그날의 눈물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작년 11월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NC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3차전까지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3패로 끌려가던 NC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결과는 1대8 패배. 에릭 테임즈의 솔로 홈런이 아니었다면, 영봉패를 당할 뻔 했다. 무승 4패. 그렇게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경험이 끝났다.
후배 감독이 허망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막상 처절하게 무릎을 꿇은 당사자들만큼은 아닐 것이다. NC 선수들은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어쩌면 좋지 않았던 정규 시즌 마무리가 전화위복이 됐다. 시즌 중반까지 KIA 타이거즈와 선두 경쟁을 벌이던 NC는 후반기 들어 두산의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3위로 밀려났고, 시즌 종료 직전엔 3위도 사수하지 못했다. 결국 4위가 되는 바람에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이 시작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단판승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승2패 승. 경기를 거듭할 수록 오히려 페이스가 살아나고 있다. 선수들도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이호준은 "4차전을 졌는데도 라커룸 분위기가 진 팀 같지 않았다. 졌는데 이긴 것 같은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봤다"고 했고, 이종욱도 "선수단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1위를 하려고, 너무 이기고자 했을 때는 지친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4위를 한 순간부터 다들 편안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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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운명처럼 다시 두산을 만났다. 두산의 전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감독 그리고 손시헌 이종욱 등 두산의 대표 선수들이 현재 NC에 있기 때문인지 창단 당시부터 묘하게 얽혔던 두 팀은 포스트시즌에서 3년 연속 만나게 됐다.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 2승3패, 지난해 한국시리즈 4패. 지금까지는 모두 NC의 패배였다. 이호준도 후배들이 가지고 있을 마음의 부담감을 알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해야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NC가 유리하지는 않다. 포스트시즌 6경기를 치르면서 투수 소진도 많았고,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 끝장 승부로 치르느라 체력도 많이 썼다. 반면 정규 시즌 종료 후 2주 가까이 휴식을 취한 두산은 컨디션을 조절하며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열도 다시 가다듬었다. 또 상대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도 NC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NC 선수들은 결의에 차있다. "올해만큼은 절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겠다"고 모두 다 말한다. 그만큼 한국시리즈 4패 준우승의 기억은 쓰라린 교훈으로 남아있다.
쉽지 않은 싸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숙적.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서 눈물을 흘리는 팀은 어디일까. 올해 NC와 두산은 어떤 표정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까. 운명의 날이 17일 밝는다. NC는 2016년 11월 2일의 눈물을 기억하는가.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