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시즌 최종일인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신(新)지휘 체계를 구축했다. 2010년대 초중반 리그를 압도한 '라이온즈 왕조'의 지휘관 류중일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2014시즌 중반부터 팀을 이끌어 온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전격 이동시켰다. 결과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꽤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의사 결정이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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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감독의 임기가 만료된 포스트시즌 탈락 팀의 입장에서는 체재를 정비하고, 다음 시즌을 새롭게 준비하기 위해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시스템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신임 감독 선임은 시즌 종료 후 이뤄져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도 볼 수 있다. 적어도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팀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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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시간 계산을 해보자. 김 전 감독이 경질되고, 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가 출발한 게 지난 5월23일이다. 이후 시즌 종료까지 대략 4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한화 구단은 새 감독에 관한 결정을 못 내렸다. 구단 측은 아직까지도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각도로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11월 마무리 캠프 출발 이전까지는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 새 감독을 정하는 데 4개월의 장고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2018시즌 이후에 대한 방향성과 비전을 아직도 설정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한화 구단의 '장고'가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면서 구단 내부적으로 '뛰어난 감독'에 관한 열망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심사숙고 중이라는 설명이 그냥 변명처럼 들리진 않는다.
그러나 '심사숙고'와 '지지부진'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5월 하순부터 '감독 대행' 체제로 한 시즌을 그냥 낭비한 것도 모자라 "11월 마무리캠프 이전까지"라고 시기를 모호하게 흐리는 건 '지지부진'의 행보로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그만큼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이 비효율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같은 의사 결정의 비효율성과 비전에 대한 모호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많은 투자와 내로라하는 '명장'들을 데려왔음에도 10년간 하위권에 머문 이유,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근본적인 '모그룹-구단'간의 상명하달식 조직문화의 폐해로 봐야한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차별화 된 경쟁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이미 한화는 '신속'하고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나마 지금으로서는 '옳은 결정'이라도 내리길 바랄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