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숙고와 지지부진의 경계, 한화 감독 언제 뽑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0-04 08:28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시즌 최종일인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신(新)지휘 체계를 구축했다. 2010년대 초중반 리그를 압도한 '라이온즈 왕조'의 지휘관 류중일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2014시즌 중반부터 팀을 이끌어 온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전격 이동시켰다. 결과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꽤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의사 결정이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2018 KBO 신인드래프트가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한화에 1차지명된 성시헌이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O 10개 구단은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전년도 성적의 역순(kt-삼성-롯데-한화-SK-KIA-LG-넥센-NC-두산)으로 드래프트 참가선수를 지명한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9.11/
기존 감독의 임기가 만료된 포스트시즌 탈락 팀의 입장에서는 체재를 정비하고, 다음 시즌을 새롭게 준비하기 위해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시스템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신임 감독 선임은 시즌 종료 후 이뤄져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도 볼 수 있다. 적어도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팀이라면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LG는 무척이나 빠르게 움직였다. 최종전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신임 감독이 공개됐고, 기존 감독은 단장으로 영전해 구단 운영의 연속성까지 노렸다. 일단 이로 인해 LG는 비시즌 동안 지휘 체계 공백없이 다음 시즌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된 것만은 틀림없다.


2017 KBO리그 한화와 LG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한화 이성열이 우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이상군 감독대행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9.20.
그런데 이런 LG의 행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팀이 있다. 바로 올 시즌 8위로 마무리한 한화 이글스다. 시즌 내내 미루어 온 감독 선임에 대한 결론을 아직까지도 못내리고 있다. 지난 5월 김성근 전임 감독이 경질된 이후 이상군 감독 대행 체재로 시즌을 버텼다. 이 대행은 혼란에 빠진 팀을 나름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감독대행'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본인의 역량 부족이라기 보다는 애초부터 제한된 권한만 부여한 팀의 실책으로 봐야 한다. 그러는 사이 '역대 최장기 감독대행'이라는 황당한 기록까지 나왔다. 결코 명예로울 수 없는 타이틀이다.

자, 시간 계산을 해보자. 김 전 감독이 경질되고, 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가 출발한 게 지난 5월23일이다. 이후 시즌 종료까지 대략 4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한화 구단은 새 감독에 관한 결정을 못 내렸다. 구단 측은 아직까지도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각도로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11월 마무리 캠프 출발 이전까지는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 새 감독을 정하는 데 4개월의 장고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2018시즌 이후에 대한 방향성과 비전을 아직도 설정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한화 구단의 '장고'가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면서 구단 내부적으로 '뛰어난 감독'에 관한 열망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심사숙고 중이라는 설명이 그냥 변명처럼 들리진 않는다.

그러나 '심사숙고'와 '지지부진'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5월 하순부터 '감독 대행' 체제로 한 시즌을 그냥 낭비한 것도 모자라 "11월 마무리캠프 이전까지"라고 시기를 모호하게 흐리는 건 '지지부진'의 행보로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그만큼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이 비효율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같은 의사 결정의 비효율성과 비전에 대한 모호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많은 투자와 내로라하는 '명장'들을 데려왔음에도 10년간 하위권에 머문 이유,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근본적인 '모그룹-구단'간의 상명하달식 조직문화의 폐해로 봐야한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차별화 된 경쟁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이미 한화는 '신속'하고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나마 지금으로서는 '옳은 결정'이라도 내리길 바랄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또 터졌다. 프로토 78회 해외축구 필살픽 1395% 적중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