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이 선수 시절 등번호을 단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9-26 15:28


지바 롯데 소속이던 2010년 김태균이 홈런을 때린 뒤 이구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스포츠닛폰 본사제휴

레전드급 프로야구 선수에게 유니폼 등번호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입단 초기에 배번이 바뀌기도 하지만, 주축 선수로 자리잡으면 분신처럼 선수따라다니는 상징이 된다. 은퇴하는 선수에게 가장 큰 영광은 '영구결번'이다. 지난 7월 이병규의 등번호 '9'가 LG 트윈스에서 영구결번됐고,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1) 은퇴와 함께 그의 등번호 '36'도 봉인된다.

특별한 등번호라고 해도 지도자가 되면 달라진다. KBO리그 감독, 코치들은 70~90번대 등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소속 선수가 증가하면서, 선수들이 쓰는 앞 번호를 피해 세 자리에 가까운 번호를 사용한다. 무게감이 큰 은퇴 선수 등번호를 피하는 사례도 있다. 타이거즈 시절 사용했던 '7'이 영구결번된 이종범 해설위원은 한화 이글스 코치로 73번을 달았다.

그런데 일본 프로야구는 우리와 조금 다른 분위기다. 일본 언론은 올 시즌 후 은퇴하는 내야수 이구치 다다히토(43)가 소속팀 지바 롯데 마린스 감독이 되면 등번호 '6'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단 관계자는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을 통해 "본인이 원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고 했다. 1997년 다이에 호크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구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거쳐 2009년 지바 롯데에 입단해 11년을 뛰었다. 선수 은퇴와 동시에 지바 롯데 사령탑 취임이 확정적이다. 이토 스토무 감독의 퇴임이 결정된 가운데 후임으로 내정돼 계약에 관한 세부 조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구치는 지난 24일 지바 ZOZO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전 9회말 동점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은퇴경기에서 마지막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에선 두 명의 젊은 감독이 선수 때 등번호를 계속 쓰고 있다. 한신 타이거즈 가네모토 도모아키 감독(49)은 6번, 요미우리 자이언츠 다카하시 요시노부 감독(42)은 24번이다. 한신을 대표했던 가네모토는 선수 은퇴 후 해설위원을 하다가 바로 지휘봉을 잡았다. 요미우리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다카하시는 플레잉 코치를 거쳐 40세에 사령탑에 올랐다. 두 지도자 모두 스타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구치는 다이에 시절에 7번,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15번을 달았는데, 지바 롯데에선 줄곧 6번을 사용했다. 가장 오랜 기간 사용한 등번호가 6번이고 애착이 크다고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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