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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예고하고 시즌을 맞은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1)만큼 축복받은 야구인이 또 있을까. 떠나는 이승엽을 위해 KBO리그 사상 첫 은퇴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원정팀 선수, 팬들은 마지막 경기에 나선 '레전드' 이승엽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소속팀을 떠나 모두가 이승엽이 한국야구를 빛내고 헌신해온 지난 23년을 기억하고 있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에 내려진 선물같은 선수다.
반전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잔인한 4월'을 넘긴 삼성은 6~7월 상승세를 타고 한때 8위까지 올라갔으나, 힘이 딸려 내려앉았다. 한 자릿수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2년 연속 9위가 확정적이다. 팀 출범 후 처음으로 3할대 승률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 21일 현재 138경기에서 53승5무80패, 승률 3할9푼8리. 이승엽 은퇴 시즌에 팀은 바닥을 맴돌았다. 팀 성적이 안 좋다보니, 이승엽도 팀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은퇴투어를 최소화하고 싶어했다.
은퇴투어가 시작된 후 팀 성적이 더 내려앉았다. 첫 번째 은퇴투어 경기인 8월 1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31경기에서 11승1무19패, 승률 3할6푼7리. 아쉽게도 이승엽 또한 은퇴투어 이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31경기에서 타율 2할5푼(108타수 27안타), 4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간간이 홈런을 때려 존재감을 상기시키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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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인 이유로 인해 타격감이 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등 수많은 국제대회, 가장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활약을 했던 이승엽이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에도 무너지지 않고 이겨냈다. 은퇴투어에 대한 부담, 부진한 팀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보다 다소 불규칙한 출전에 따른 경기 감각 저하, 체력적인 어려움, 떨어진 스윙 스피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봐야할 것 같다. 물론, 언제든지 언제 그랬냐는 듯 맹타를 휘두를 수도 있다. 부진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이제 은퇴 세리머니를 동반하는 경기는 2게임 남았다. 원정 은퇴투어 마지막인 10월 1일 잠실 LG 트윈스전과 정규시즌 최종전인 10월 3일 대구 넥센 히어로즈전이 기다리고 있다. 21일 현재 131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461타수 128안타), 22홈런, 84타점. 41세,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 보기 어려운 성적이다.
이미 모든 것은 이룬 이승엽이지만, 끝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욕심일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이승엽 은퇴 투어 결과
순서=날짜=상대팀=장소=선발/교체=개인 성적=경기 결과
1=8.11=한화=대전=선발=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3대8 패
2=8.18=kt=수원=선발=4타수 무안타=5대1 승
3=8.23=넥센=고척=선발=3타수 무안타=1대5 패
4=9.1=SK=인천=선발=5타수 1안타=7대8 패
5=9.3=두산=잠실=교체=1타수 무안타=1대7 패
6=9.8=롯데=부산=선발=4타수 무안타=6대5 패
7=9.10=KIA=광주=선발=2타수 1안타 2타점=9대6 승
8=9.15=NC=창원=교체=1타수 무안타=11대3 승
계=8경기=타율 1할7푼4리(23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3승5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