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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LG 트윈스는 죽다 살아났다. 절체절명의 순간 3연패에 빠졌다가 1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승리했다. 5위 SK 와이번스가 롯데 자이언츠에 2연패를 당하며 1.5경기 차이로 따라잡았다. 어렵긴 하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LG는 가장 많은 12경기를 남겨놓고 있기에, 5경기를 남겨놓은 SK와의 경쟁에서 자력 승부도 가능하다.
문제는 공격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14로 팀 평균자책점 1위인 팀이 현재 6위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건 공격 문제가 맞는거고, 이는 최근 후반기 경기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점 뽑기가 힘들다.
승리한 한화전의 경우 강승호의 생각지 못했던 홈런에 분위기가 바뀐 케이스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예상치 못한 홈런에 기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조금 더 확실한 득점 생산력을 찾아야 한다. 무수한 찬스를 잡고도 찬스에서 무기력해지는 모습, 어떤 경기에서는 찬스조차 만들지 못하는 모습들에서 탈피해야 한다.
다른 구단에 비하면 전력 자체가 열세다. 간판 박용택이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할 수 있는 걸 해주고 있는 거다. 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을 기대하면 그게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이런 와중에 외국인 타자도 없다. 경험이 많지 않은 김재율이 4번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발상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LG는 과감하게 중심타선 자존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 최근 찬스를 만들고도 중심타선쪽에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심타자들에게는 번트나 작전 지시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 하지만 LG 야구는 이런 일반 룰을 따를 처지가 아니다. 어떻게든 점수를 만드려면 4~5번 타순에서도 번트도 대고 치고 달리기도 해야한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라면 모를까, 막연한 중심에 대한 기대로 어렵게 만든 찬스를 날리는 것보다 뽑을 수 있을 때 1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는 뛰는 야구의 실종이다. 살떨리는 경기가 이어지다보니 도루나 과감한 주루플레이에 대한 두려움이 선수들을 지배하고 있다. 뛰다 죽어 역적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LG는 올시즌 '뛰는 야구'를 주창하며 정말 열심히 뛰었다. 올스타전 전 전반기를 보면 LG는 56개의 도루를 성공시키고 40개를 실패했다. 성공은 2위였고 시도는 압도적 1위였다. LG는 "죽더라도 뛰어야 우리팀이 살 수 있다. 힘이 부족하기에 끝까지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후반기 도루 시도가 뚝 떨어졌다. 총 29회 시도 밖에 하지 못했다. 10개 구단 통틀어 꼴찌다. 같은 기간 롯데 자이언츠는 55차례나 뛰었다. 이렇게 상대를 압박하지 못하니,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부족한 LG는 상대 투수가 편하게 여기는 팀이 돼버렸다.
이제 12경기다. 갑작스럽게 야구 패턴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신들의 것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힘든데, 더욱 과감한 플레이를 하라고 한다면 결코 쉬운 미션은 아니다. 하지만 팬들이 염원하는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담대해져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결국 따라오는 건 실패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