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는 FA(자유계약선수)와 관련해 인연이 유난히 깊은 팀이다.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팀이 롯데다.
2003년말 당시로선 파격적인 6년 40억6000만원에 정수근을 영입했고, 투수 이상목과는 4년 22억원에 계약했다. 2000년대 암흑기를 지나 8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2008년말에는 거물급 선수로 평가받던 홍성흔을 영입했고, 내부 FA 손민한도 주저앉혔다. 2011년 11월에는 불펜 강화를 위해 이승호와 정대현에게 각각 4년 24억원, 4년 36억원의 대박을 안겼다. 2013년말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와는 당시 역대 최고인 4년 75억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절정은 2015년이었다. 마운드 강화를 위해 마무리 손승락(4년 60억원), 셋업맨 윤길현(4년 38억원), 내부 FA 송승준(4년 40억원) 등 3명의 투수에게 무려 138억원을 투자했다. 이들 가운데 '모범 FA'라고 부를만한 선수는 사실 홍성흔 강민호 정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두 선수는 기대 이상의 기량을 뽐내며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고 있다. 송승준은 선발진의 리더로, 손승락은 불펜 에이스로 롯데 마운드를 대표하고 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시즌 막판 더욱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송승준은 16일 부산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을 3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11승째를 따냈다. 송승준의 호투를 앞세운 롯데는 4위 자리를 더욱 확실하게 다졌고, 3위 NC 다이노스 추격에도 고삐를 ?다. 이미 4년 만에 시즌 10승대에 복귀한 송승준은 팀 역대 최다승 달성이라는 금자탑도 세웠다. 종전 최다인 손민한의 103승을 넘어 104승에 입맞춤한 것이다.
송승준은 올시즌을 앞두고는 사정이 좋지 못했다. 명예 회복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전지훈련을 소화했지만, 평생 맡았던 선발 보직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무너지는 선발진을 보다 못한 조원우 감독은 송승준을 다시 로테이션으로 불러들였다. 4월 25일 시즌 첫 선발등판인 한화 이글스전에서 5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이후 5연승을 달렸다. 다소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후반기 들어서도 무실점 경기를 3차례나 하는 등 전성기 구위를 과시중이다.
손승락 역시 마무리로 최고의 시절을 보냈던 2012~2013년의 모습을 찾은 느낌이다. 지난 12일 LG 트윈스전까지 올시즌 57경기에서 34세이브,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했다. 통산 4번째이자 3년 만의 세이브 타이틀 획득은 기정사실이고, 세이브 1개를 추가하면 팀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달성한다.
올시즌 손승락의 쾌투 행진은 상황을 들여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았다. 어깨 부상으로 올스타전 출전을 포기해야 했고, 8월초에는 손바닥 저림 증상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8월 들어 힘이 빠질 법도 한데 오히려 세이브 추가에 속도가 붙었다. 손승락은 후반기에 전반기(15세이브)보다 많은 19세이브를 따냈다.
조원우 감독은 올시즌 팀이 일어서는 데 큰 역할을 한 선수로 송승준과 손승락을 꼽는다. 물론 계약기간 4년을 한 시즌의 활약상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올해 부산에 야구 열기를 다시 몰고 온 주역으로 두 투수를 빼놓기는 힘들다. FA 계약은 항상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다. 롯데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강민호 손아섭 최준석 등 주전들과 FA 협상을 해야 한다. 이제는 투자 대비 효과에 관한 노하우가 붙은 만큼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