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스'가 흔들리면 걱정은 두배로 늘어난다.
두산 베어스는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5시간 가까이 혈투를 펼친 끝에 14대13으로 이겼다. 초반 대량 실점해 0-8로 끌려가다가, 타선 집중력을 앞세워 기어이 역전승을 거뒀다. 3위 NC를 2.5경기 차로 밀어내는 값진 승리였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이날 선발 등판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부진 때문이다.
그동안 니퍼트가 이렇게 3경기 연속 6실점 이상을 하며 무너진 적은 없었다. 꾸준함과 안정감이 최대 장점이었다. 7시즌 동안 장수한 비결이다. 그런데 올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을 두번이나 깼다. 6월 21일 KIA전에서 3이닝 9실점으로 무너졌고, 2일 NC전에서 11실점하며 경신했다.
부진한 원인은 무엇일까. 구속에는 큰 문제가 없다. 12일 NC전에서 최고 구속 153㎞을 마크했다. 평균 구속도 140km 후반대을 유지했다. 정상 컨디션일 때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스피드에 문제가 없다면, 공 끝의 힘이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NC전에서 무너진 원인도 경기 초반 허용한 홈런 3개가 결정적이었다. 나성범, 손시헌, 재비어 스크럭스에게 홈런을 맞은 구종은 모두 직구였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특별히 제구가 엉망이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스크럭스에게 던진 공은 낮게 들어갔지만, 바로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타구로 이어졌다. 컨디션이 좋을 때보다 공 끝이 무뎌졌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니퍼트는 최근 4경기에서 홈런 7개를 맞았다. 지난해 167⅔이닝을 던지면서 15홈런을 내줬는데, 올해는 벌써 18개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누적된 피로가 원인일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팔 상태가 베스트는 아니다. 어깨 부위에 담도 오고 한다"고 했다. 니퍼트는 2011년 KBO리그에 입성해 7시즌 동안 1098⅔이닝을 던졌다. 투구수는 1만8287개. 경기당 평균 100.4개다. 부상으로 전반기를 제대로 뛰지 못한 2015년을 제외하고, 6시즌을 풀타임으로 던졌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페이스로 22승을 거뒀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만큼 올해 그 여파가 찾아왔다고 볼 수도 있다. 니퍼트는 1981년생으로 올해 만 36세다. 적지 않은 나이다.
포스트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팀 입장에서는 무척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니퍼트는 상징적인 존재다. 2015시즌에는 정규 시즌 공백이 있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완벽에 가까운 호투로 우승을 이끌었다. 상대팀에게 니퍼트는 부담스런 투수다. 그에게 1선발을 맡기는 이유다. 두산은 시즌 마무리를 앞에 두고 계속되는 니퍼트의 부진이 당혹스럽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