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의 칭찬, 그래서 더 아쉬운 심우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8-14 11:12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SK 문승원과 kt 고영표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kt 심우준이 2회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손가락 부상을 당해 교체 아웃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8.13

"2군에 다녀오더니 많이 달라졌어요."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린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경기 전 김진욱 감독은 자신에 넙죽 인사를 하는 심우준을 보며 "왜 그렇게 웃으며 인사를 하느냐"고 놀렸다. 심우준이 멋쩍어하자 취재진 중 한 명이 "아까부터 감독님께 인사드리려 눈치보고 있었는데 인터뷰 중이라 인사를 못건네다 어렵게 건넸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심우준이 많이 달라졌다. 경기, 훈련에 임하는 태가도가 좋아졌다. 2군에 다녀오면서 많이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특하다는 눈치였다.

심우준은 전임 조범현 감독부터 신임 김 감독까지 애써 키워보려 하는 제자다. 하드웨어가 너무 좋다. 내야수로서 어깨가 강하고, 발이 매우 빠르다. 주루 센스가 좋다. 마른 체구 치고 일발 장타력도 있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수비에서 안정감이 많이 부족했다. 특히, 송구 안정성이 너무 떨어졌다. 1군 데뷔 초기 몇 번이 실수가 약간의 트라우마로 잡힌 듯 보인다. 그리고 정확성을 더 키워야하는 방망이도 많이 부족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다른 젊은 선수들에 비해 많은 1군 기회를 얻어 절실함이 조금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올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한 번도 2군에 가지 않았던 심우준. 하지만 7월 들어 결정적 수비 실책이 잦아졌고, 결국 참다 못한 김 감독이 7월 20일 처음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를 시켰다. 그리고 지난 1일 다시 심우준을 불러올렸다. 심우준은 1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13일 SK전까지 9경기에서 8안타(1홈런) 5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했다. 매경기 주전으로 나서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집중력을 발휘한 플레이 결과물이었다. 더욱 진지하게 플레이하는 심우준의 모습에 김 감독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런데 감독의 칭찬도 받고, 야구가 잘 풀리려고 하니 불운이 닥치고 말았다. 안타 치고, 도루 하고 할 수 있는 걸 하는 데 생각지도 못한 부상을 당했다. 2루 도루를 하는 과정에 왼 새끼 손가락이 베이스에 밀려 접질렸고, 손가락이 그대로 골절되고 말았다. 뼈가 붙는 데만 6주가 걸리니 사실상 시즌아웃이다.

야구 선수가 경기를 하다보면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심우준의 이번 부상은 김 감독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제자가 이제 야구에 눈을 조금 뜨려는 것 같았는데 허무한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니 충격이 몇 배다. 김 감독은 심우준이 트레이너와 함께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큰 부상을 직감했는지, 어두운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최근 심우준 부상 이전 잘 뛰던 이대형도 도루를 하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시즌을 마감한 충격이 있었다.

심우준은 아직 젊고 창창한 미래가 있다. 지금의 부상은 잠시 지나가는 시련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평생 빠른 발로 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선수다. 이번 아픔을 계기로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고 더 좋은 주루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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