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방화범에서 후반기 구세주로...두산 불펜의 비밀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7-08-08 01:33


김강률.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흔할까.

두산 베어스의 불펜은 현재 활활 불타고 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약점으로 꼽히던 두산의 불펜이 후반기 들어 완전히 다른 투수들이 됐다.

이들의 맹활약으로 팀은 3위로 올라선 것은 물론 2위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전반기 두산 불펜은 '방화범'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선발 투수가 만들어놓은 승리 기회를 날려버리기 일쑤였다.

전반기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4.74다. 선발 투수의 ERA는 4.67, 구원투수들의 ERA가 4.84로 더 낮다. 구원투수들의 성적은 16승12패17홀드18세이브로 홀드는 10개팀중 가장 적었다. 가장 많은 LG트윈스(46홀드)와는 29개나 차이가 난다. 세이브도 kt 위즈(14세이브), 삼성 라이온즈(17세이브), 롯데 자이언츠(16세이브), 한화 이글스(18세이브) 등 하위권 팀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전반기 28세이브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9번으로 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터프세이브는 1번으로 리그 평균(2번)에도 못미쳤다.


김명신.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하지만 후반기 두산의 불펜 ERA는 3.17로 10개팀중 1위다. 블론세이브는 1번 뿐이고 터프세이브도 짧은 기간 내에 1번을 기록했다. 4승무패10홀드5세이브로 홀드는 10개팀 중 가장 많고 세이브는 롯데 자이언츠(6세이브) 다음이다.

성적이 좋아지니 자연스럽게 혹사되는 투수가 사라졌고 잘 구별되지 않았던 필승조와 추격조가 나뉘게 됐다. 최근 두산에서 필승조는 김명신 김강률 이용찬이 맡고 있다. 선발이 6이닝만 잘 막아주면 이 필승조가 투입돼 3이닝이 든든하다.


김성배 김승회가 맡고 있는 추격조도 성적이 나쁘지 않다. 김승회의 후반기 ERA는 2.08까지 낮아져있고 지난 달 11일 1군에 등록된 전용훈도 후반기 2.25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김태형 감독은 "선발이 기본적으로 이닝을 책임져주고 구원투수들도 점점 자신감이 붙고 있다"며 "크게 앞서는 경기가 아니라 지난 달말 잠실 KIA전 같이 타이트한 경기에서도 불펜에서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이용찬(왼쪽)과 김태형 감독.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김 감독은 "불펜 투수들이 자기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며 "(김)명신이는 신인인데도 잘해주고 있고 김강률과 이용찬도 아주 좋다"고 했다. 김명신에 대해서는 "구위는 처음부터 좋았다. 부상 트라우마도 전혀 없는 것 같더라"며 "멘탈도 좋다. (유)희관이는 등판하는 날은 예민한데 명신이는 그렇지도 않다. 근데 몸관리는 해줘야할 것 같다. 안그러면 몸이 한없이 부풀 스타일"이라고 웃었다.

후반기 ERA 1.50인 김강률에 대해서도 "구위보다는 멘탈의 문제였던 것 같다. 자신감이 생기니 특유의 빠른 공이 잘 먹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발적인 타선의 힘도 있지만 두산의 후반기 상승세에서 불펜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었다. '방화범' 수준에서 '믿을맨'들로 거듭난 두산 불펜이 이 기세를 꾸준히 유지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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