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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들이 뜬공을 처리할 때 가장 힘든 경우가 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멀쩡히 잘 보고도 낙하지점을 잘못잡을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은 정말 드물다. 오히려 너무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눈뜨고 놓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외야 플라이가 돼야 할 타구가 안타가 돼 실점을 하게 되면 수비팀의 충격은 크다. 승리의 운이 상대편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운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경기의 일부분이지만 이겨내야 한다.
5회말 2사 3루에서 안치홍이 친 타구가 높이 떴다. 공을 잡기 위해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 천천히 뛰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공을 못 찾겠다는 듯 주저앉았고, 공은 박해민 뒤에 떨어졌다.
28일 만난 박해민은 "공이 뜨자마자 사라졌다. 천재지변과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이럴 땐 타구가 뜨는 모습을 보고 대략 낙구 지점을 판단해 이동할 수밖에 없다. 박해민은 "공이 내려올 때가 돼야 보인다. 낙구지점을 어느 정도 파악해 제대로 간다면 잡을 수도 있지만 어제처럼 아닐 경우는 못잡는다"고 했다. 박해민은 따오르는 걸 보고 2루수 조동찬이 잡을 수 있는 공으로 봤다고 한다. 박해민은 "동찬이 형이 하늘을 계속 보고 있어 공을 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공을 놓친 것 이었다"고 했다.
공이 조명에 들어가는 경우는 특정 구장에서 많이 일어난다. 잠실구장의 우중간, 부산 사직구장의 좌측에서 가끔 일어난다.
조명에 들어가는 공은 대부분 낮게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많다. 더 높게 뜨면 외야수 눈에 들어오지만,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낮게 날아서 선수의 눈과 조명 사이로 들어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을 놓치게 된다.
김 코치는 "이런 경우는 나중에 공이 보이더라도 잡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 게 선수 아닌가. 그럴 땐 자세를 낮춘다거나 정면으로 보지 말고 비스듬히 옆으로 보면 공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필요하다. 사실 말은 하기 쉬워도 직접 겪으면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아쉬운 장면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