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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연습 시간이 부족해요" 대학 야구 선수들의 현실적 고민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6-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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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대학야구 야수들의 수준이 떨어졌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2018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도 가까워지고 있다. 오는 26일 1차 지명 발표를 시작으로 8월말 2차 지명 회의가 열린다. 프로의 관문을 통과하느냐를 두고 선수들 사이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돋보이는 것은 투수 강세 그리고 야수 약세다. 구단 스카우트들은 "예년보다 평균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늘어난 반면, 야수들은 뽑을만한 선수가 적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야수들이 주로 방망이(공격)에만 집중하고, 수비는 기본기가 매우 약하다. 수비 잘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1차지명감 야수들이 많았다. 올해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 대회에서 1학년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서울고 강백호 등 이름이 불리는 야수들이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수비 실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게 직접 경기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의 냉정한 평가다. 아마추어는 완벽할 수 없다.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다듬어지지 않으면, 지명을 해야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아진다.

이유가 무엇일까. A 구단 스카우트는 "특히 대학 선수들이 올해부터 바뀐 규정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오후 3~4시까지 학교 수업을 들어야하는데,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당장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은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날벼락을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B 구단 스카우트도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나마 학교에 야구장 시설이 잘 갖춰져있으면, 수업이 끝난 후 바로 훈련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시설 좋은 대학교가 몇이나 되는가. 야구장이 안갖춰져있는 학교 학생들이 문제다. 그런 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 훈련을 시작하는데, 여기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 해가 지면 훈련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것을 감안하면 예전보다 훈련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일종의 나비효과다. 승마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했던 정유라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정부가 학원스포츠에 이전보다 강한 규제를 하기 시작했다. '최순실게이트'의 여파가 대학야구에도 미친 것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대학야구연맹(KUBF)에 대학 야구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요청하면서, 올해부터 주말리그가 도입됐다. 대학생들도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권역별 주말리그를 실시하는데, 고교야구의 주말리그와 겹쳐 야구장 부족, 자질있는 심판 부족 등 여러 문제점이 많은 상태다.

4학년 학생들은 당장 이번 여름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면 실업자가 된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둔 갈림길인데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적응의 갈피를 못잡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19일 유소년 야구 선수 부상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잔혹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현행 제도를 수정하겠다는 의도다. 투구수 제한이나 혹한기 연습 금지 등이 포함됐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여전히 엘리트 체육인 학생 야구의 현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담겨있는가가 문제다. 제도를 만들고 수정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의 미래까지 책임져주지 않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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