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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하려고 하네요."
SK 와이번스 베테랑 포수 이성우(36)가 감격의 1군 복귀전을 치렀다. SK에서 데뷔한 이성우는 2008년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주로 백업 포수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총 305경기를 뛰었다. 지난 시즌 KIA에선 55경기에 출전했다. 10월까지 정규 시즌에 출전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선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KIA는 젊은 포수들 위주로 엔트리를 꾸렸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이성우를 곧바로 선발 포수로 출전시켰다. 타석에서 안타는 없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화의 도루를 저지했다. 4-2로 앞선 4회초 2사 1,2루에서 2루 주자 송광민과 1루 주자 양성우가 더블 스틸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성우는 정확한 3루 송구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특히 3-4로 쫓기던 9회초 1사 1,3루에선 위장 스퀴즈를 간파했고, 빠른 2루 송구로 양성우를 잡아냈다. SK는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정근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이성우는 "SK에 10년 만에 돌아왔다. 우리 팀 타선이라면, 5~6점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긴장은 안 했다. 첫 출전에서 (박)종훈이가 잘 던져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베테랑다운 경기 운용이 돋보였다. 특히, 9회 도루 저지는 팀에 승리를 안겨줬다. 이성우는 "위장 스퀴즈가 분명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3루를 보고 던졌으면, 세이프가 됐을 것이다. 짧게만 보고 던져서 잡을 수 있었다. 또 (김)성현이가 잘 잡아줬다"라고 되돌아봤다.
올 시즌 첫 1군 출전이었다. 이성우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그는 "울컥하려고 한다"면서 "KIA에 있었으면, 유니폼을 벗었을 것이다. 오래 걸렸다. SK에 와서 어쩌면 1군에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경기였다. 첫 경기를 잘 치러서 좋고, 팀이 이겨서 좋다"고 말했다.
9회초 위기에선 마무리 투수 김주한이 연속 볼넷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이성우는 마운드에 올라, 김주한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어떤 말을 해줬냐는 질문에 "'하늘은 우리 편이다. 책임은 내가 진다. 한 가운데를 보고 던져라. 기가 세면 타자들은 못친다'라는 말을 해줬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성우는 "원래 있었던 팀에 다시 와서 그런지, 어색한 건 없었다. 처음 왔을 때는 다 모르는 선수였다. 그런데 1군에 오니, (박)정권이, (최)정이, (김)성현이가 다 있다. 다들 원래 있었던 선수같다라고 얘기해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성우는 "(이)홍구가 복귀하면 (2군으로)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1군 무대를 밟고 싶었다. 트레이드가 기회가 되서 좋다. 1경기 1경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며 굳게 각오를 다졌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